역사상 첫 강등 위기에 빠진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가 공석인 감독 자리 선택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있다. 암 투병 중인 유상철 명예감독의 현직 복귀 시도가 무산된 만큼 새 후보군을 물색하는 중이다. 팀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몰린 상태에서 ‘독이 든 성배’를 감당할 후보가 마땅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나비효과로 팀을 옥죄고 있는 재정 문제도 골치다.
인천 구단은 30일 현재 전력강화실을 중심으로 철저한 보안 아래 감독 물색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인천 구단 사정에 정통한 축구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1부 경험이 있는 감독을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전력강화실의 후보 물색 작업은 구단 내에서도 타 부서가 열람할 수 없는 사항”이라면서 “현재 돌고 있는 후보군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후보군은 그리 많지 않다. 프로구단을 지도할 수 있는 P급 지도자 자격증을 갖춘 데다 1부 경험까지 있는 감독들이 적어서다. 현재까지 축구계에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감독은 과거 전남 드래곤즈를 이끌었던 노상래 감독과 강원 FC, 포항 스틸러스를 이끈 바 있는 최순호 감독, 지난해까지 경남 FC를 지도했던 김종부 감독 정도다.
주어진 시간도 짧다. 규정상 P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는 임중용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을 수 있는 시간은 60일뿐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최소한 다음 라운드 경기 날짜(다음달 4일) 이전에 감독 대행으로 연맹에 등록해야 하고 그 시점부터 날짜가 카운트 된다”고 말했다. 임 코치는 P급 자격증 취득을 준비해왔지만 최근까지 지도자 강습회가 열리지 않아 현재는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인천은 이날 기준 아직 연맹에 감독 대행 등록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1부 잔류라는 작업에 어울릴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면서 “승강제 자체가 K리그에서 실시된 역사가 짧기 때문에 유럽과 달리 ‘잔류 전문가’라 할만한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인천의 문제는 단순히 감독을 새로 앉힌다고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면서 “내부 구성원들이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 외국인 선수를 수급해야 하지만 재정 문제도 심각하다. 스폰서를 맡아온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올해 자금난을 이유로 지원을 끊어 예년보다 약 20억원이 모자란 상태다. 구단은 이 중 일부라도 지원받기 위해 다음달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여름 이적시장 안에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