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이 김정은 손으로 김영철 완전히 제끼려 한 것일 수도”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최근 출간된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과 관련해 “미국에 특사로 갔던 김영철이 김정은 친서를 차에 놓고 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아니냐”며 “북한 외무성이 뒤집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났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차에 두고 내린 사건이 알려져 북한 당국에 비상이 걸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태 의원은 지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해봐야 하지만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오픈되는 것은 북한에 대단히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한은 군부 출신을 미국 특사로 보내 왔다. 원래는 북한 외무상을 보내야 정상인데 김정은의 미국 특사는 항상 군인 출신이다. 북한이 대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다.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를 만났을 때에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지 않았나. 이런 메시지를 부각시키려면 민간인이 가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군부 출신 김영철을 보냈는데, 백악관에 들어가면서 좀 긴장했던 것 같다.”
-친서를 차에 두고 온 것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나.
“북한에선 특사를 다녀온 사람이 잘한 것도 보고해야 하지만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이실직고해야 한다. 김정은의 기분 상태에 따라 (징계 여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북한 시스템에선 사람의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문제라는 사실을 볼턴 전 보좌관이 알면서도 쓴 것 같다. 이번 기회에 김영철을 아예 김정은 손으로 제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북한이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는가.
“중국의 쌀이 북한에 도착할 때까지는 긴장 수위를 높일 수 있다. 조금 두고보면 중국이 협력 물자를 북한에 보낼 것이다. 중국은 항상 북한을 들여다보면서 어느 때가 제일 급한 모퉁이인지 보고 있다. 북한이 허기져 죽게 됐다 싶을 때 협력 물자를 주는 것이다. 그래야 북한이 컨트롤되고 지렛대가 된다.”
-태 의원은 당적이 노동당에서 통합당으로 바뀌었다.
“극에서 극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대한민국 국회의 동작 원리나 관행, 초선의원으로서 갖춰야 할 것 등에 대해서 흐름도 지켜보고 학습하는 단계다.”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단독선출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미래통합당이 총선에서 42% 지지를 받았는데 이런 국민들의 의사는 무시해도 되나.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다. 논점은 민주당이 운전하는 국회라는 자동차에 같이 타고 갈 것이냐, 아니면 차에서 내리겠느냐다. 야당 역할은 운전자가 올바른 길로 가도록 하든가 브레이크라도 밟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옆에 앉아서 덜렁덜렁 타고 갈 바에야 내리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당내에 많다.”
태 의원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있던 2016년 한국으로 망명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이후 최고위직 탈북민이다. 4·15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에 영입됐다. 서울 강남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
김경택 이상헌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