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48) 명예감독의 감독직 복귀 논의가 논란 끝에 일단락됐다. 본인의 복귀 의사가 강했지만 구단의 주치의 면담 결과 감독직 수행 시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최근 수년 사이 프로스포츠에서 감독들의 건강 악화 사례가 발생했던 것도 구단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유 감독 복귀가 무산됨에 따라 인천은 새 감독 물색작업에 나섰다.
인천은 29일 오후 유 감독을 선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천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치의와 논의한 결과 몸 상태가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들었다”면서 “논의 끝에 유 감독이 아닌 새 감독을 찾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 감독은 현재 가족과 제주도에 가 있다. 전화로 결정을 알리자 흔쾌히 잘 이해해줬다”며 “지금까지처럼 구단에 조언 등의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지난 26일 인천이 FC 서울 경기에서 패배한 뒤 유 감독이 구단과 면담하면서 복귀 의사를 강하게 피력한 사실이 이날 오전 보도되며 확산됐다. 면담 자리에서 유 감독은 구단과 팬들을 위해 현장에서 팀을 돕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의사를 내비쳤다. 이날 경기까지 팀을 지도한 임완섭 감독이 경기 뒤 인터뷰에서 사임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직후였다. 최근 유 감독은 방송에 출연하는 한편 인천 홈경기 때마다 경기를 관전하러 오는 등 건강이 호전됐음을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유 감독과 인천의 인연은 특별하다. 유 감독은 지난 시즌 중 사임한 욘 안데르센 감독 대신 인천에 부임, 강등 위기에 몰렸던 팀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 잔류시켰다. 그러나 시즌 종료 전 초췌해진 유 감독의 안색과 함께 암 판정 사실이 알려지며 우려를 샀다. 당시 파이널라운드 성남 FC와의 경기 승리 뒤 선수단이 오열하는 모습이 중계되기도 했다. 이어 유 감독이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은 게 공식 발표됐고 구단은 시즌 뒤 항암치료에 돌입한 유 감독을 명예감독에 추대했다.
다만 이번 일이 보도되자 축구팬들과 우려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감독 본인의 의지가 강하다 하더라도 완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팀 지도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많았다. 프로스포츠 감독 자리가 그만큼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자리라서다.
앞서 K리그에서는 2017년 조진호 당시 부산 아이파크 감독이 재임 중 급성 심장마비로 숨진 사례가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김인식 감독이 한화 이글스를 맡았던 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2001년에는 김명성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부진한 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사망했다. 최근에는 같은 인천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구단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이 지난 25일 경기 중 영양·수면 부족으로 쓰러졌다.
유 감독 복귀 논의가 일단락되면서 인천은 새로운 감독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인천 관계자는 “당장 새 감독이 선임될 때까지는 임중용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서 팀을 지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이전처럼 명예감독으로서 팀 운영 등에 관해 코치진과 선수단에 조언할 전망이다. 다만 현재 구단이 팀 역대 최다 연패인 7연패를 당하며 강등 위기에 몰려있는 데다 여름 이적시장도 열린 상태라 이 과정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조효석 이동환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