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의원 이스타항공 지분 헌납한다지만…M&A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

입력 2020-06-29 17:35 수정 2020-06-29 17:36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오른쪽)와 김유상 경영본부장이 29일 강서구 본사에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족 소유의 이스타항공 지분(410억원 규모)을 회사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인수합병(M&A)을 미루는 제주항공을 압박하고 그간 제기된 불법 증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최후의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다만 제주항공이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이스타항공 부채가 워낙 많아 이 의원 일가 지분의 실제 가치가 임금 체불액 250억원을 밑돌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29일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가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지연되면서 이스타항공은 침몰 당할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제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의 모회사 이스타홀딩스가 갖고 있는 이스타항공 지분 38.6%(410억원 규모)를 회사 자금으로 귀속시키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최근 이 의원이 일가에 대한 ‘자녀 불법 증여 의혹’이 확산하자 부담을 느끼고 이스타항공의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본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딸과 아들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앞서 업계 안팎에선 이스타홀딩스가 2016년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과 페이퍼컴퍼니가 이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에 인수 약속 이행을 압박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달 말을 M&A 종결 시점으로 여겨왔지만 지난 26일 제주항공은 전환사채(CB) 납입일을 무기한 연장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M&A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이스타항공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제주항공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명간(오늘이나 내일 사이) 인수에 대한 확실한 의사를 표명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이 의원 일가가 지분 가치는 200억원을 밑돌아 제주항공이 인수 의사를 내비칠지는 미지수다. 이 의원이 내놓는 지분은 410억원 규모지만, 세금(70억원)과 이미 경영 자금으로 쓰이고 있는 이스타항공 전환사채(100억원), 누적적자 청산(20억원) 등을 제하면 200억원 미만의 금액이 남게 된다. 이 금액이 모두 현금인 것도 아니다. 100억원은 제주항공 전환사채여서 향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이에 반해 이스타항공이 직원들에게 줘야 하는 체불 임금은 250억원이다.

제주항공은 “기자 회견 내용과 의도를 파악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5일 이스타항공이 갚겠다고 한 체불임금액 110억원보다 이 의원 일가의 지분 가치가 더 비싼 건 맞다”며 “그러나 여전히 체불임금을 모두 해결할 정도의 금액은 아니기 때문에 제주항공이 손익을 따져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이상직 구하기’라고 사측을 비판했다. 박이삼 위원장은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정리한다고 해도 여전히 경영진은 이 의원 사람들”이라며 “불법 증여 의혹, 체불임금 책임에서 이 의원만 빠져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