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논리로 싸우겠다는 통합당…실상은 속수무책 우려

입력 2020-06-29 17:18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전부 여당에 내주면서 야당으로서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6석 여당이 3차 추가경정예산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법 처리를 단독으로 처리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9일 원 구성 협상 결렬 후 기자간담회에서 “상임위에서 최대한 팩트와 정책과 논리와 대안으로서 (여당을 견제)하겠다”며 “야당 국회의원 역할은 포기하지 않겠다. 적극 국회 활동에 참여하고 견제하고 비판하는 일은 더 가열차게 하겠다”고 말했다.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이라도 맡아 거대 여당의 ‘독주’를 막으려던 통합당은 협상이 어그러지면서 상임위 전부를 포기하고 모든 책임을 여당에 떠넘겼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통합당이 요구하던 국정조사마저 동력을 잃게 돼 대여 투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주 원내대표는 윤미향 의원의 기부금 횡령 의혹, 한명숙 전 총리 수사 과정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거론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정조사 카드도 당분간 힘을 쓰지 못하게 됐다.

야당 몫 국회부의장 자리도 공석이 됐다. 통합당 최다선인 5선의 정진석 의원은 “전대미문의 반민주 의회 폭거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국회부의장 안 하겠다”고 했다. 그는 “법사위원장을 힘으로 빼앗겼다, 강탈당했다고 생각하는 게 솔직한 우리 느낌이고 입장”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회 정상화 문제를 논의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앞으로 남은 일년여 뒤에 정권을 우리 스스로 창출할 수 있다는 신념에 불탄다면 오히려 하나의 좋은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의원들을 다독였다. 통합당은 본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채 의총을 열어 여당을 견제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일단은 통합당이 제출하지 않은 상임위 명단을 박병석 국회의장이 강제로 배정한 데 대해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힘없는 야당의 존재 자체가 부정됐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