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30일 통과 즉시 시행 전망… 민주인사 체포작전 우려

입력 2020-06-29 17:07 수정 2020-06-29 18:15
시위대와 대치중인 홍콩 경찰.AP연합뉴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30일 표결로 통과시켜 곧바로 시행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콩 보안법이 시행되면 반중국 성향의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와 홍콩 ‘우산 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 등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작전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에 따르면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8일 개막한 20차 회의에서 홍콩 보안법 심의에 들어갔으며 30일 이 법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전인대 상무위는 “상무위원들은 조속히 관련 법률을 제정해 홍콩특별행정구에 공포·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통해 국가 안보와 관련한 홍콩 법률의 구멍을 메우고, 범죄 행위를 효과적으로 타격해 국가 안보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화권 매체들은 전인대 상무위가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면 홍콩 정부가 기본법(홍콩 헌법) 부칙에 이를 즉시 삽입해 홍콩 주권 반환 기념일인 7월 1일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보안법이 시행되면 ‘홍콩 독립’이나 ‘광복 홍콩, 시대 혁명’을 구호로 외치거나 미국 성조기를 들고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가 처벌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2009년부터 시행된 마카오의 국가안보법은 최고 형량을 30년으로 규정했으며, 중국 본토의 형법은 국가전복, 국가분열 등의 행위에 대해 최고 종신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홍콩보안법의 최고 형량도 종신형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전인대 홍콩 대표는 “홍콩보안법은 ‘이빨 없는 호랑이’가 되지 않을 것이며 그 위반자는 최고 종신형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외국의 국가안보법도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 홍콩 보안법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콩의 대표적 민주인사인 조슈아 웡.연합뉴스

특히 홍콩 보안법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등에도 소급 적용되면서 지미 라이와 조슈아 웡 등 민주화 인사들이 체포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기소할 때 법 시행 이전 행위를 참작할 수는 있어도 직접적인 소급 적용은 쉽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의 주역인 왕단은 전날 페이스북에 “2주일 전 베이징의 외국인 기자에게서 6월 말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 7월 1일 지미 라이와 조슈아 웡이 체포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두 사람이 쉽게 체포된다면, 내일은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체포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소식통은 “두 사람이 곧바로 체포될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반중란항’(反中亂港·중국을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힘) 인사들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슈아 웡은 2014년 79일 동안 시위대가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도심 시위를 벌인 ‘우산 혁명’의 주역이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는 미 의회를 찾아가 홍콩인권법 통과를 호소하기도 했다.

지미 라이는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를 1995년 창간해 운영하고 있으며, 본인도 우산 혁명과 송환법 반대 시위 등에 적극 참여했다.

지미 라이는 “며칠 전에 그런 얘기를 들었지만, 나는 (홍콩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정치단체인 ‘홍콩독립연맹’ 창립자 웨인 찬은 홍콩을 떠나 네덜란드로 피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 많은 정치 인사가 체포될 것”이라며 “홍콩을 떠나게 됐지만, 내가 (투쟁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6월 9일 완차이 지역에서 불법 집회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홍콩 자치를 주창해온 반중 학자인 친완은 28일 페이스북 계정에 “홍콩에서 사회 운동을 그만두고, 분리주의자들과도 분명히 선을 긋고 멀리하려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