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 업계의 혁명을 이끌어온 ‘체서피크 에너지’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저유가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대형 셰일 업체의 파산에 줄도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체서피크는 전날 휴스턴에 있는 텍사스 남부지방 파산법원에 챕터11(Chapter 11·파산법 11장)에 의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파산법 11장은 기업에 완전한 파산을 선고하는 대신 회생할 수 있도록 채무 재조정 등의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체서피크는 파산보호 신청 사실을 알리며 채권단으로부터 70억달러(약 8조4000억원)의 부채를 탕감받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파산보호 기간에는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9억2500만달러(약 1조1100억원)의 대출을 지원받는다.
더그 라울러 체서피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체서피크 에너지의 자본 구조와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할 것”이라며 “이런 변화를 통해 회사의 재정적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에 투자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천연가스 업계의 상징과도 같은 체서피크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업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체서피크는 2000년대 셰일가스 열풍이 불기 시작할 무렵부터 퇴적암층에 다량의 액체를 고압으로 뿌려 원유와 가스를 추출하는 이른바 ‘프래킹(fracking·수압파쇄법)’ 기술을 도입하는 등 업계의 혁명을 주도해왔다. 2008년 말에는 버지니아 주 전체 크기와 맞먹는 15만여에이커 규모의 토지에서 시추권을 확보하며 미국 셰일가스 업계의 2위 업체로 올라섰다.
WSJ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에너지 수요 감소를 파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이미 셰일가스의 생산 증가로 공급 과잉 사태에 들어섰던 에너지 시장이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 위축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설명이다. 체서피크의 주가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1월 이후 90% 급락했다. 이 기간 동안 시가총액은 1억3000만달러가 증발했다.
특히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지난 1월 60달러에서 지난 4월에는 마이너스 40달러까지 폭락했다. 최근에는 38달러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셰일 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50달러에는 크게 부족하다. 영업을 지속할수록 손해를 보는 셈이다. WSJ는 딜로이트컨설팅 관계자를 인용해 “배럴당 35달러를 기준으로 할 경우, 미국의 대형 셰일가스 업체들은 이미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전했다.
대형 셰일 업체인 체서피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그 여파로 중소 규모의 셰일 업체들도 경영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화이팅 페트롤리엄이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WSJ는 현재 유가 수준이 지속된다면 향후 2년 안에 200개 이상의 셰일 업체들이 파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