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오리온 공장에서 일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A씨(당시 22세)의 사망 사건을 조사 중인 고용노동부가 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와 성희롱을 일부 확인했지만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은 29일 지난 3월 17일 오리온 전북 익산공장에서 일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A씨 사망 사건을 최근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익산지청은 조사 과정에서 숨진 A씨만의 잘못이 아닌데도 관리자가 그에게만 시말서를 쓰라고 부장한 지시를 내리거나 성희롱을 한 사실을 일부 확인했으나 기소 불가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지청 관계자는 “성희롱 등 사실이 일부 인정됐다. 하지만 처벌 가능한 조항이 없다고 판단해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며 “이번 조사는 형사적 처벌보다 사업장의 문제를 파악해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용자 측에 개선 지도를 했다”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사망 사건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에 따르면 지난 A씨는 업무시간 외에도 상급자에게 불려 다녔고 시말서 작성을 강요당해 울면서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내 연애 중이던 서씨는 선임노동자들에게 “꼬리 친다” “남자 꼬신다” 등의 발언을 들었다며 친구에게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씨가 상급자로부터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당한 사실도 있다는 유가족의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고인이 작성한 유서에는 “오리온이 너무 싫어” “돈이 뭐라고” “이제 그만하고 싶어”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시민사회모임은 이날 오리온 익산 3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멍투성이 법 제도 속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의 상처만 남았다”며 고용노동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는 회사 측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면서도 처벌은 할 수 없다며 손을 씻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노동자가 괴롭힘과 성희롱 피해를 보더라도 신고하기 쉽지 않다”며 “고용노동부와 정치권은 괴롭힘이 인정되더라도 변변한 처벌 조항이 없는 법 제도의 한계를 인지하고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오리온 회사 측에 “오리온은 여전히 A씨의 죽음이 개인적 죽음에 불과하다고 한다”며 “고용노동부가 부당 지시 등을 일부 인정한 만큼 지금이라도 유가족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