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혐오 발언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난받아온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혐오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제한하겠다고 나섰지만 기업들의 광고 중단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페이스북에 대해 광고 보이콧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스타벅스는 “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인 혐오 발언 확산을 막기 위해 유튜브를 제외한 소셜미디어에 광고를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패스매틱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페이스북에 가장 많은 광고를 집행한 업체 10곳 가운데 스타벅스는 6위(9486만 달러·약 1135억원), P&G는 7위(9227만 달러·약 1106억원)를 차지했다.
페이스북 광고 보이콧을 선언한 업체는 스타벅스를 비롯해 코카콜라와 디아지오,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리바이스, 혼다, 유니레버, 버라이즌, 허쉬 등 현재까지 150여곳에 이른다.
특히 코카콜라는 미국 내에서 소셜미디어 광고를 중단키로 한 다른 업체들과 달리 전세계에서 소셜미디어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나섰다.
유니레버와 함께 대표적인 미국의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프록터앤드갬블(P&G) 역시 페이스북을 비롯해 차별 또는 폄하하는 콘텐츠가 존재하는 곳에서 광고를 유지할지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업계의 이같은 흐름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이 발표한 정책 개선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방송된 직원들과의 모임에서 “게시물이 폭력을 선동하고 투표할 권리를 빼앗는다고 인정되면 누구의 말이든 상관없이 삭제할 것”이라며 “뉴스 가치는 있지만 보편적 인권 등과 관련한 정책을 위반한 게시물엔 경고 딱지를 붙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페이스북의 발표는 이미 존재하는 정책을 다시 한 번 정리한 것뿐”이라면서 “시민운동가들은 페이스북이 발표한 내용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들은 페이스북 보이콧을 미국 소비자들뿐 아니라 유럽 등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로 확산하겠다는 입장이다.
루이스 디 코모 유니레버 글로벌 미디어 부사장은 “지금처럼 미국 내 양극화가 고조되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는 혐오 발언에 대한 더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광고를 유지하는 것은 소비자와 사회의 가치를 높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