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울던 장애아들 우산 씌워준 학생, 글 보면…”

입력 2020-06-29 15:09 수정 2020-06-29 15:12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꼭 만나고 싶네요.”

이름 모를 엄마가 작성한 글에서는 간절함이 뚝뚝 묻어났습니다. 엄마는 아들을 도와준 학생을 찾고 싶다고,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유독 마음이 쓰였던 아들. 그런 아들에게 친절히 대해 준 게 몹시 고마웠나 봅니다. 지난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글입니다.

광주에 사는 엄마는 25일 정오쯤 아들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들은 홀로 버스를 타고 시청에 가겠다며 외출한 상황이었죠. 무슨 일일까, 전화를 받아보니 아들의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 있었습니다. 아들이 크게 당황한 것 같았다고 합니다.

집에서 시청까지는 버스로 스무 정거장이 넘는 거리. 아들은 생각보다 먼 거리에 겁이 났던 모양입니다. 버스로 시청에 가는 것도 처음인데, 창문 밖으로 낯선 풍경이 스쳐 지나가니 길을 잃은 것 같았던 거죠. 그 순간 아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엄마의 얼굴뿐이었을 겁니다.

다행히 옆자리에 있던 한 남성이 전화를 대신 받았습니다. 엄마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학생인지, 청년인지 한 분이 전화를 받아서 몇정거장 남았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나중에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청에서 같이 내려 우산을 씌워주고 갔다고 해요. 갑자기 받은 전화여서 이름을 제대로 못 들었네요.”

엄마는 이틀 전인 26일에도 이 남성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사자의 연락은 없었죠. 엄마는 “이 글을 못 보더라도 청년 정말 고마워요. 나도 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살게요”라며 “도움을 줘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꼭 뵙고 싶네요”라고 말했습니다.

난산 끝에 태어나 어릴 적부터 장애를 갖게 된 아들. ‘조금씩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온 지 벌써 30년입니다. 아들은 어느새 31살이 됐죠. 어느 글처럼, 엄마도 엄마는 처음인지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들을 돌봐왔습니다. 아들 역시 10대 시절 주변의 괴롭힘 등을 견디며 꿋꿋이 살아왔죠. 아마도 몇마디 말로는 풀어낼 수 없는 길고 복잡한 사연이 이들 모자에게는 있을 겁니다.

그 사연의 한 귀퉁이에 밝고, 따뜻한 색 하나를 덧입히게 됐습니다. 학생인지, 청년인지 모를 누군가 덕분에요. “정말 고마웠다”는 엄마의 말을 대신 전합니다. 그 누군가에게 꼭 닿기를 바라면서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