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서 비교적 운이 좋았던 제주도가 본격적인 여름 피서철을 앞두고 효과적인 방역망 갖추기에 고심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최근 주재한 긴급 현안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간호·보건 인력 충원, 방역 장비 보강을 강도 높게 지시했다.
확진자 발생시 입도객들의 동선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한 입도객 방문 이력 시스템 개발 등 후속 대책도 지속적으로 강구하도록 했다.
의료 인력은 대체가 불가한 만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로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업무 효율화와 직원들의 피로도 감소를 위해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도록 했다. 별도의 근무 명령이 없을 경우 의료진을 불필요한 휴일 근무에 동원하지 않도록 했다. 월 2회 이상, 5일 이상 하계 휴가 등 휴가 사용도 의무화했다.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하는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의 경우 수의사, 어의사 등 검체 검사를 할 수 있는 타 부서 인력을 선제적으로 전환 배치하고, 관계자들이 미리 업무를 숙지할 수 있도록 훈련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체력을 소진한 방역 인력들에게는 전력 보충을 위해 ‘힐링 키트’를 제공하도록 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대비한 폭넓은 대처도 지시했다.
원 지사는 “정부의 기조에 마냥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면서 “2차 유행에 따라 코로나19 사태에서 생활과 생업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집단 면역 체계 강화 등 근본적인 방역 모델을 전문가와 심도있게 검토하라”고 당부했다.
제주도는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1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다. 하지만 관광객이 늘고 개인 위생관리가 소홀해지면 언제든 지역 확산이 시작될 수 있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제주국제공항에는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의 행렬이 시작됐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지난해의 60%대에 그쳤던 국내 입도객 수가 지난 주말에는 전년 대비 85~92% 수준까지 회복했다. 개장 전인 해수욕장은 물론 골프장과 소문난 맛집, 이색 카페, 호텔, 독채 펜션 등에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히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공항만 감시 강화 태세를 유지하고 고의성이 의심되는 유증상 여행객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관광객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하루 4만명 이상 몰려들 입도객들을 관리할 별다른 묘안은 없다.
앞서 원 지사가 지시한 입도객 방문 이력 시스템도 관광객이 자신의 휴대폰에 특정 앱을 깐 뒤 방문지의 QR코드를 스스로 찍어야 기록이 남는 방식이다. 여행객들의 의지가 없이는 정확한 이동 동선을 저장할 수 없어 틈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제주도는 관광객들을 최대한 분산하기 위해 자연 위주의 ‘언택트 관광지’를 여러 채널을 통해 소개하고 있으나 이 역시 관광객들의 선택에 달렸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국외로 가는 하늘길이 꽉 막히면서 제주로 오는 관광객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학교 방학이 예년보다 늦은 8월 중순경 시작되면서 성수기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이번 휴가 시즌이 제주 방역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