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병원에서 사실상 방치된 끝에 사망한 일이 알려져 현지에서 공분이 일고 있다.
29일 ND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중부 대도시 하이데라바드의 한 병원에 입원한 30대 남성 코로나19 환자는 최근 숨지기 직전 찍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병원의 진료 실태를 고발했다.
그는 영상에서 “숨을 쉴 수가 없다”며 “그들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했고 나는 지난 3시간 동안 간청했지만, 산소를 공급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장이 멈추는 것 같다. 아빠 그리고 모두 안녕”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경우 저산소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수다. 이 남성도 병원에 인공호흡기 치료를 호소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환자는 이 영상을 찍고 나서 한 시간 뒤 숨을 거뒀다.
환자의 아버지는 “내 아들은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돕지 않았다”며 “내 아들에게 일어난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 또 발생하면 안 된다”고 매체에 전했다.
환자 시신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가족 6명도 감염됐다. 아버지는 “(아들의) 검사 결과를 너무 늦게 전달받은 바람에 (그 이전에) 가족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우리를 검사해주지도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해당 영상이 SNS에 공개된 뒤 온라인에는 병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특히 환자가 남긴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은 지난달 25일 미국 백인 경찰관에 의해 목이 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과 같아 더욱 공분이 이는 분위기다.
인도 의료 체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실상 붕괴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아직 병상이 남아 있으며 추가 임시 의료 시설도 대거 확보하는 중이라고 밝혔지만, 환자들은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진료 거부를 당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뭄바이와 뉴델리의 일부 병원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옆에 시신이 방치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뉴델리 인근 노이다의 한 임신부는 지난 5일 입원 가능 병원을 찾으며 13시간 동안 이동하다가 구급차에서 사망하기도 했다. 이번에 사망한 인도 남성도 10곳의 민간 병원에서 진료 거부를 당한 끝에 지난 24일 가까스로 입원했다.
29일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1만9459명 늘어 54만8318명을 기록했다. 누적 사망자 수는 1만6475명으로 전날보다 380명 늘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