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검찰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 당시 증언 회유가 있었다며 당시 수사팀을 수사의뢰한 재소자 한모씨가 다음 달 6일 광주지검에서 조사를 받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씨를 조사토록 지시한 대검찰청 감찰부 관계자들이 광주지검을 방문해 진술을 청취하는 형식으로 조사가 이뤄진다. 조사는 감찰3과가 진행한다. 한씨 측은 “다른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도 충실히 해 달라고 부탁하려 한다”고 했다.
2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 감찰부는 최근 한씨 측이 요청한 한 전 총리 수사팀에 대한 감찰 및 수사의뢰 사건이 배당된 사실을 전하며 한씨를 조사할 일정과 장소를 조율했다. 장소는 한씨가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임을 감안해 광주지검으로 정해졌다. 한씨는 주가조작 등에 따른 특경가법상 사기·횡령 등이 유죄로 인정돼 도합 20년이 넘는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한씨는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유리한 증언을 얻기 위해 편의를 제공하며 회유를 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씨는 감찰·수사의뢰를 요청하며 자신을 포함한 여러 재소자들의 출정 기록을 제시했다. 경제사범이었던 자신을 포함해 마약 사건으로 수감돼 있던 최모씨, 사기 사건으로 감옥 생활을 하던 김모씨까지 3명이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에 소환됐다는 내용이다.
한씨 측은 “증언 신빙성을 높일 수 있는 참고인 조사가 충실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출정을 나갔을 때에 만난 이들이 많은데, 이들의 진술이 폭넓게 수집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씨 측은 당시 검사들은 물론 최씨의 인척과도 함께 검찰청에서 식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씨 측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한만호씨와 최씨 등의 진술이 일치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 줬으면 한다”고 했다.
당시 검찰 수사팀은 한씨 등 재소자들을 불러 조사한 이유가 있었다고 밝혀 왔다. 검찰 수사팀에 따르면 한씨 등 재소자 3명은 당시 금융조세조사부와 강력부 등에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출정을 나왔었다. 이들이 각자 출정한 곳에서 “한만호씨가 증언을 번복하려 한다”고 이야기를 했고, 이를 알게 된 특수부가 재소자들을 상대로 한만호씨의 증언 번복 경위를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당시 한씨 등을 각각 분리 조사한 결과 한만호씨의 진술 번복 계획, 위증죄 여부 상의 등과 관련한 진술이 대체로 일치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팀의 입장이다. 다만 검찰은 한씨의 경우 함께 조사했던 다른 재소자들과 달리 증언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으로 한 전 총리 공판에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다. 한씨가 “정치인 비리와 관련해 진술을 확보해 주겠다”는 등의 말을 하기에 “믿을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한씨 등이 왜 말을 바꿨는지 그 배경도 조사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10년 전에는 한만호씨가 법정에서 말을 바꾸려 한다는 조짐을 검찰에 폭로했던 이가, 시간이 흘러서는 거꾸로 검찰의 회유가 있었다며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한씨는 최씨가 제기한 진정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배당됐을 때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추 장관이 “한씨를 대검찰청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사건의 결과를 예단하지 말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조사 결과를 정확하게 내놓아야 한다”고 했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