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축구장 면적(0.714㏊) 172개에 달하는 산림 123㏊를 잿더미로 만든 고성 산불은 화목보일러 부실시공으로 인한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주택에 화목보일러를 직접 설치하면서 연통을 부실하게 시공해 보일러실에서 난 불이 산불로 번지게 한 혐의로 A씨(68)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산불 발생 직후 수사본부를 꾸려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를 벌여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 기관과의 합동 감식과 탐문 수사 결과 화목보일러 연통 설치‧관리 상태가 제품 사용설명서 기준에 맞지 않은 것을 밝혀냈다. 부실하게 시공한 연통 중간 연결 부위에서 불티가 새어 나와 화재가 발생했다는 게 경찰과 국과수의 판단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화목보일러의 안전관리를 규정하는 법률이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관계 기관에 관련 법률 제정 등 제도개선 필요성을 통보해 화목보일러 안전관리를 강화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성 산불은 지난달 1일 오후 8시4분쯤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의 한 주택에서 난 불이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으면서 시작됐다.
A씨는 불이 나자 스스로 진화에 나섰지만, 당시 초속 16m의 강한 바람이 불어 불을 끄지 못했다. 불은 봄철 동해안 지역에서 ‘양간지풍(襄杆之風)’으로 불리는 강한 바람을 타고 삽시간으로 퍼졌다.
산불은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 일대 산림 123㏊, 주택과 축사 등 건물 6동을 잿더미로 만들고 8시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도원리와 학야ㆍ운봉리 주민 329명을 비롯해 육군 제22보병사단 신병 1870여명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불이 난 곳은 지난해 4월 4일 대형 산불이 났던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불과 4km 떨어진 곳이다. 지난해엔 산림 700ha, 주택 500여 채가 피해를 봤으며 1139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바 있다.
고성=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