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사태 공정문제…본질 잘못 봐” 靑 해명과 상반된 이원욱 페북글

입력 2020-06-29 09:19
이원욱 의원 페이스북 캡처

청와대가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 정규직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며 논란이 가시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질을 잘못 본 것”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이는 여권에서 나온 첫 반대 발언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의원은 28일 오후 6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국공에 대한 청년들의 문제 제기는 공평과 공정의 문제’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3선의 중진 의원으로 민주당 경제통으로 통한다. 지난해 원내 수석부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청년들의 분노를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긴 것’에 대한 문제, 즉 이해관계의 문제로 보는 것은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이 의원은 “공정함을 잃은 것에 대한 저항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금요일 하태경 의원이 제기한 ‘인국공 협력사 65%가 불공정 채용’이라는 감사원 감사결과(2019년 9월30일)를 공개하며 논란은 가열됐다”고 한 이 의원은 “이쯤에서 노동문제를 보다 근원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그는 노동문제의 본질에 대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일까’ ‘임금 불평등의 문제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자신은 임금 불평등 해소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는 소신을 밝혔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만 지켜진다면 정규직 일자리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한 이 의원은 인국공 사태의 문제를 세 가지로 요약해 정리했다.

첫째는 노동 경직성을 강화했다는 점을 꼽았다. 정규직 노동자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정규직화된 노동자들에게 주는 희망고문으로 임금 인상을 둘러싼 노동투쟁이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타당성이 있다고 했다. 세 번째는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 영역에 대한 종합적 비정규직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2007년 신세계가 비정규직 5000명을 정규직화했을 때 국민은 신세계에 박수를 보냈지만 인국공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공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인국공의 정규직화는 여타 공기업 등 공공영역에서의 정규직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어 향후 공공 및 민간 영역 비정규직의 보다 강력한 요구와 투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규직화가 청년 일자리 뺏기가 아니다’라거나 ‘조중동류의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본질을 잘못 본 것”이라고 지적한 이 의원은 “청년이 주장하는 것은 ‘나의 일자리’ 문제를 떠난 공정함의 문제이고, 정부의 노동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의 이런 소신 발언은 청와대가 인국공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직후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앞서 같은 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안검색요원이라고 자처한 분이 SNS에 아무런 공지조차 없이 정규직 전환됐다. 연봉 5000만원을 받게 됐다는 글을 올렸고 일부 언론은 검증 없이 ‘로또 채용’이라고 보도했다”며 “다른 언론이 팩트체크 해서 가짜뉴스라는 게 규명됐지만 이후에도 논란이 가시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국공 사태는 ‘가짜뉴스’에서 촉발된 것이라는 시각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인국공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1902명은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고, 5000만원 아닌 3800만원 연봉 받는다”고 한 이 관계자는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한다. 인국공은 결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로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 수 있으며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어 시작한 일”라고 해명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