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트럼프, 주한미군 감축 추진해도 놀랄 일 아냐”
“핵실험 등 북한 도발 경우에도 트럼프, 뭘 할지 몰라”
“김정은, 文 대통령 제안에 답하지 않고 다른 길 택해”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불가능한 액수의 방위비 분담금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매닝 선임연구원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할지 예상하기 힘들다”면서 “올해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주한미군 6000명 감축 계획을 밀어붙여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아들들(미군)을 집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의 미국 귀환 문제를 대선 이슈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외교정책이었던 북·미 협상은 극적인 실패로 끝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과 그의 여동생(김여정)은 남북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많은 제안들에 응답할 기회들이 있었으나 다른 길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매닝 선임연구원과 두 차례에 걸쳐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국가정보국의 국장실(ODNI) 선임전략가로 활동했으며 미 국무부의 정책기획 분야에서도 일했던 한반도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방위비 인상 압력을 계속 가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는 (한국을) 보호하는 비용과 한반도 위기는 별개 문제다. 그는 동맹을 거래적 관점에서 보고 있으며 미군을 통해 이익을 얻기를 원하기 때문에 한국에 불가능한 액수의 방위비 분담금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까지 밀어붙일 것으로 보는가.
“만약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6000명 감축 계획을 밀어붙여도 놀랄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주둔 미군을 거래적 관점뿐만 아니라 대선 전략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아들들(미군)을 집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해외 주둔 미군의 미국 귀환을 대선 이슈로 만들고 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9500명을 감축한 이유가 안보적 문제 때문이 아니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워싱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협력 사업을 수용하거나 대북 제재에 예외를 두는 방식으로 기존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북한이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있는 어떠한 명분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호전적인 행위들은 오히려 대북 제재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낳고 있다. 김정은과 그의 여동생은 “김정은과 그의 여동생(김여정)은 남북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많은 제안들에 응답할 기회들이 있었으나 그들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북한이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을 겨냥해 도발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외교정책이었던 북·미 협상은 극적인 실패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 능력을 매일 확대하는 상황에서도 ‘북핵 위협은 사라졌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북한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북한에 대한 언급을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과 핵 능력 확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요하지 않는 것처럼 경시했다. 김정은에게 ‘그린 라이트(초록 신호등)’를 준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하는 경우에 한해 미국은 대응 압박을 느낄 것이다.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갖춰진 나라에 대해 (핵시설 등 표적을 겨냥한) 외과 수술식 타격을 선택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은 없다. 그러나 트럼프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돼야 한다고 보는가.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 동맹국들은 전쟁 상황에서 함께 싸울 때 거대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북한은 한반도에 위기를 고조시키는 행동을 했지만, 미국은 일방적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했다. 그리고 북한으로부터 받아 낸 것도 없다. 한·미는 경계 태세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훈련이 있으면 무엇이라도 재개해야 한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남북 관계와 북·미 대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볼턴 회고록이 남북 관계와 북·미 대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북한의 행동에서 필사적이라는 느낌을 받지만, 남북 대화에서 북한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최소의 비용으로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하며,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북한이 판단하기에 보상이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 남한을 압박했고, 호전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미 관계도 마찬가지다. 볼턴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쓸 데 없으며,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이 필요하다는 오랜 관점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미국 외교이 전략적인 측면에서 볼 때, 볼턴 회고록에서 놀랄만한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그저 정상회담 등을 ‘리얼리티 TV쇼’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책임한 행동이 좀 더 자세히 부각됐을 뿐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