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의 신인 정글러 ‘엘림’ 최엘림은 28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정규 시즌 1라운드 경기 샌드박스 게이밍전에 선발 출전해 팀의 2대 0 완승을 도왔다. 두 세트 모두 트런들을 선택한 그는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라이너를 성장시키는 정글러의 역할에 충실했다.
이날 가장 인상 깊은 플레이는 1세트 시작 직후에 선보였다. 최엘림은 ‘칸나’ 김창동(제이스)과 ‘서밋’ 박우태(루시안)가 진검승부를 펼치는 탑라인에 빠르게 개입해 퍼스트 블러드를 만들어냈다. 이 갱킹은 김창동이 탑라인에서 주도권을 쥐는 계기가 됐다. 김창동은 박우태 상대로 쭉 성장 차이를 벌려 해당 세트 ‘플레이어 오브 게임(POG)’을 받았다.
국민일보는 경기 후 최엘림과 만나 이 탑 갱킹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물었다. 최엘림은 “밴픽 과정에서부터 탑 갱킹을 먼저 가주는 쪽이 게임을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답했다. 소위 ‘칼챔’으로 불리는 딜러 챔피언 간 맞대결에선 갱킹 한번이 라인 상성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설명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경기 시작 직후인 30초경의 모습. 미니맵을 유심히 보면 정글러인 최엘림이 탑에 서 있고, 탑라이너인 김창동이 정글에서 망을 보고 있다. 최엘림이 탑라인 삼거리에 와드 토템(노란 와드)을 설치한 뒤 예언자의 렌즈(빨간 렌즈)로 장신구를 바꾸기로 미리 입을 맞췄다고 한다.
최엘림은 54초경 탑라인 삼거리에 노란 와드를 설치한 뒤 귀환했다. 최엘림과 김창동은 이 와드를 통해 박우태가 1분31초경 같은 곳에 와드를 매설하는 걸 확인했다. 분석데스크에서 패널들이 언급했듯 트런들의 2레벨 갱킹을 크게 의식한 듯한 박우태의 와드 위치다.
본격적인 라인전이 시작됐다. 아래쪽 정글 캠프를 깔끔히 먹어치운 최엘림은 레드 버프까지 사냥해 트런들의 3레벨 갱킹이 가장 효과적인 타이밍을 만들었다. 탑라인 삼거리에 와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강가 쪽으로 이동하는 갱킹 루트를 짰다.
미니맵을 보면 최엘림 옆에 샌드박스 쪽에서 찍은 핑이 보인다. 샌드박스도 최엘림의 위치를 어렴풋이 예측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최엘림. 빨간 렌즈를 켜 강가에 샌드박스의 와드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계획했던 대로 탑으로 향한다. ‘온플릭’ 김장겸(그라가스)이 인베이드 방어 단계에서 미드 위쪽 점부시에 와드를 설치했으나, 이는 최엘림이 강가를 밟기 약 10초 전인 2분33초경 사라졌다.
박우태와 김장겸은 라인전 시작 전 노란 와드를 사용했다. 이제 상체 3인방 중 노란 와드를 갖고 있는 건 ‘도브’ 김재연(신드라)뿐이다. 그러나 그는 2분32초경 미드 아래쪽에 이 노란 와드를 설치했다.
박우태가 ‘끈질긴 추격(E)’을 사용하자 ‘점멸’로 따라 붙고, 박우태가 다시 점멸로 도주하자 그제야 트런들 갱킹의 핵심 스킬인 ‘얼음 기둥(E)’을 쓰는 최엘림. 레드 버프의 패시브 효과와 ‘빛의 망토’ 룬 효과가 두 챔피언의 거리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
최엘림은 트런들의 빠른 정글링 능력이 갱킹의 근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라가스에 비해 정글링이 빨라 먼저 갱킹을 갈 수 있는 턴이 나왔다. 물론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했어도 다시 정글링을 하면 돼 리스크가 없는 갱킹이었다”며 “상대가 탑라인 삼거리에 와드를 설치했을 때 갱킹 성공을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1세트와 2세트에 각자 다른 룬을 고른 건 상대 미드라이너 챔피언의 성향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최엘림은 1세트 때 ‘포식자’를 골랐다. 그는 “상대방에 신드라 등 원거리 챔피언이 많아 빠르게 거리를 좁힐 수 있는 포식자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2세트 때는 ‘집중공격’을 선택했다. 김재연의 이렐리아를 집중 갱킹하기 위한 노림수였다. 그는 “미드 이렐리아는 라인 앞으로 나오면서 딜 교환을 하는 챔피언”이라면서 “미드 갱킹 각을 많이 보기 위해 이 룬을 들었다”고 밝혔다.
영리한 갱킹으로 T1에 3연승을 선물한 그는 “선발 출전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팀에서 기회를 주셨다”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했다. 2대 0으로 이겨 기쁘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또 다음 경기인 담원 게이밍전에 대해선 “담원은 강한 팀”이라면서 “만약 제가 출전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