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문을 걸어 잠근 극장을 재개하기 위한 5단계 로드맵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문화시설 여닫기를 반복 중인 국내에서도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다. 다만 영국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에는 구체적인 시기와 재정 지원 방안이 빠져 있어 현지 공연계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발표된 영국 정부의 5단계 로드맵은 공연예술이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최악의 타격을 받은 분야라는 인식에서 마련됐다. 뮤지컬 연극 등을 포함한 공연 산업이 매우 발달한 영국에서 문화 시설의 ‘셧다운’은 그만큼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외신들에 따르면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장관은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빠르게 극장 콘서트홀에서 라이브 공연을 열고 싶다. 공연예술이 이제 필요한 것 이상으로 닫히진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 가이드라인이 극장 재개를 위한 명확한 로드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영국 정부가 발표한 극장 재개를 위한 5단계 로드맵은 무엇일까. ①무관중 형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적용한 리허설 및 교육 재개 ②방송 및 녹음 목적을 위한 공연 재개 ③청중과 함께하는 야외 공연 및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한 실내 공연 허용 ④실내·야외 공연 허용(실내는 거리두기 적용) ⑤실내·야외 공연 재개 순으로 이뤄진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공공문화시설이 무기한 휴관에 들어간 국내에는 극장 재개를 위해 마련된 마땅한 단계적 로드맵이 없는 실정이다.
현지 코로나19 추이를 대입하면 현재 영국에서는 2단계에 상응하는 공연이 가능한 상황이다. 공연계에서는 극장 재개를 위한 로드맵을 환영하면서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명확한 시간표가 없이는 선언적인 로드맵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피오나 앨런 영국극장 책임자는 “구체적인 실행 시기가 없이 로드맵은 실용적일 수 없다”며 “더 많은 직업과 회사, 극장을 잃지 않으려면 정확한 날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로드맵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힌 것은 추가 자금 지원 계획이 빠져있다는 점이었다. 현지 공연 관계자들은 극장의 약 70%가 올 연말이 되면 유용할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현지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재정 대책이 빠져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임스 그레이엄 영국 극작가는 “완전히 붕괴 직전인 극장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는 실제 대책은 재정 투자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