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정부 기관이 유언장을 대리로 보관해주는 서비스가 생긴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10일부터 법무성 산하 312개 법무국에서 3900엔(약 4만4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유언장을 대리로 보관해주는 서비스가 도입된다고 28일 발표했다.
예약 접수는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며 보관 신청은 유언을 남기는 당사자인 피상속인만이 할 수 있다. 피상속인이 사망한 후에는 상속인이 법무국에 유언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거나 열람하는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사실은 다른 상속인에게도 통지된다.
개인의 유언장 보관에 정부가 앞장서는 이유는 유언장을 둘러싼 유족 간의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다. 일본에서는 유언장을 집에 두는 등 개인적으로 보관했을 시 문서가 분실되거나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또 유언장이 훼손되거나 위조되는 등의 문제로 인한 유족 간 분쟁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사회’ 일본은 지난해 1945년 2차대전 종전 후 최대 규모인 138만명이 사망하면서 ‘다사(多死) 사회’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속이 빈발하면서 유언장을 둘러싼 분쟁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유언장은 두 가지 방식으로 작성된다. 스스로 유언장을 쓰는 ‘자필증서’와 법률전문가인 공증인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는 ‘공정증서’다. 일본에서 매년 작성되는 12만9000여건의 유언장 중 공정증서는 11만여건에 달한다. 자필증서 유언장은 법원 검인 기준으로 1만9000여건가량을 차지한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공정증서와 달리 자필증서는 손쉽게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작성자가 사망한 이후 유언장이 분실되거나 훼손될 우려가 그만큼 크다. 공정증서의 작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다.
일본이 유언장 보관 서비스를 도입함에 따라 이런 관행은 차츰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은 상속 전문 변호사 말을 인용해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이제는 주위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유언장을 작성해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됐다”며 “유언장을 자발적으로 쓰는 흐름이 진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