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종차별 전력이 있는 역사적 인물의 흔적을 지우는 청산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미 역사상 가장 인종차별적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는 우드로 윌슨, 할리우드 서부극의 전설로 통하는 존 웨인도 퇴출 대상에 올랐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프린스턴대 이사회는 27일(현지시간) 회의를 열어 교내 명칭에 있는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의 이름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공국제정책대학원인 ‘우드로 윌슨 공공국제문제 스쿨’은 ‘프린스턴 공공국제문제 스쿨’로, 그의 이름이 들어간 기숙형 대학의 명칭은 ‘퍼스트 칼리지’로 변경된다.
윌슨 전 대통령은 1900년대 프린스턴대 총장 재직 시 흑인 학생 입학을 금지하고 백인우월주의단체를 미화하는 발언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1913년 제28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흑인 공무원을 해임하는 등 인종차별 정책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프린스턴대는 지난 2016년 윌슨 전 대통령의 이름을 삭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가 없던 일로 했다. 그러나 최근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이를 다시 논의해 삭제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이사회는 “윌슨의 이름은 인종차별 폐해와 맞서 싸우기 위해 헌신해야 하는 학교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단 프린스턴대 동문과 졸업생에게 수여하는 우드로 윌슨상의 명칭은 유지될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배우 존 웨인의 흔적도 곧 사라질 전망이다. 미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소속 민주당원들은 웨인의 흔적을 지우는 운동에 착수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오렌지카운티 민주당은 존 웨인의 과거 인종차별 발언을 비난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데 이어 카운티 행정집행관 위원회에 존 웨인 공항을 오렌지카운티 공항으로 바꾸고 공항에 있는 동상을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존 웨인은 영화계에서 은퇴한 이후 여생을 오렌지카운티의 뉴포트비치에서 보냈다. 오렌지카운티는 그가 영화계에 남긴 업적을 기려 공항 이름에 웨인 이름을 넣고 동상도 세웠지만 이를 다시 되돌리기로 한 것이다. 그는 1971년 잡지 인터뷰에서 “흑인들이 책임감을 가질 때까지 백인우월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신봉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미국에선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역사적 인물의 동상 철거나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물론이고 신대륙을 개척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도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지목됐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6일 동상 보호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 “미국 내 동상·기념물·유적 또는 정부 소유 자산을 훼손·파손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법에 따라 최대한도에서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