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활동 위축으로 취업자는 줄고 실직자는 늘었다. 이 문제는 때가 되면 저절로 나아질까. 미국 연방준비은행 보고서를 보면 낙관적이지 않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연준 통화 담당 고문 조나단 히드코트 등은 최근 ‘미국 소득 불평등의 부상: 경기순환이 그 추세를 이끄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소득 최하위 그룹의 노동시간과 임금은 침체기에 급락하고 이후 확장기에 완전히 복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불황을 비롯한 경기순환이 소득불평등을 지속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이 1967~2018년 25~55세 미국 남성을 대상으로 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침체 후 경기가 다시 살아나더라도 소득불평등은 해소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체기에는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고숙련 노동자보다 저임금 저숙련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실직 기간, 즉 경력 단절이 길어질수록 직무 숙련도는 점차 떨어져 받을 수 있는 임금이 하락한다. 통상 숙련도는 일을 할수록 높아지고, 일을 하지 않을수록 낮아진다.
장기 실직자는 숙련도 저하로 기대임금이 감소하기 때문에 경기 회복으로 구직 성공률이 높아지더라도 구직에 나서지 않게 된다. 이런 구직 포기자는 고숙련 노동자보다 소득이 적은 저숙련 노동자 중에 더 많이 발생해 소득 불평등 확대로 이어진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미 연준 이사회 수석연구원 이사벨 카이로 등은 최근 필라델피아 연준 연구보고서 ‘노동력 참여 흐름의 순환: 노동공급 탄력성과 임금 경직성의 역할’에서 경기 확장기에 노동시장 참여 유인이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가 좋아질수록 구직 포기자에 해당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구직을 원하는 실업자로 전환하는 비율은 낮아진 반면 실업자가 구직을 단념하는 비율은 높아졌다. 호황은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을 상승시키지만 여가와 가사노동의 가치도 끌어올려 노동시장 이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분석에서는 후자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다시 일자리를 얻기보다는 집안일을 하면서 여가를 즐기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기운다는 뜻이다. 경기가 좋아졌다고 임금이 그만큼 오르는 게 아닌 데다 한번 일에서 손을 놓은 이들이 쉽게 구직에 나서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장기 실업으로 숙련도가 떨어져 기대임금마저 하락한 이들은 경기 회복 국면에서도 애써 일자리를 구하기보다는 구직 포기자(비경제활동인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히드코트 등은 “저숙련 실직 남성이 구직을 포기함에 따라 경기침체는 노동시장 비참여를 급증시킨다”며 “비참여는 지속성이 높아 침체가 끝난 뒤에도 소득불평등은 계속 고조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