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제품 불매 1년…씽씽 달리던 일본차의 쇠퇴

입력 2020-06-28 16:59

한때 잘나갔던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이후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여파가 여전한 데다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그간 일본차는 한국에서 품질과 완성도, 하이브리드차 특화 기술 등을 인정받아 꽤 인기가 많았다. 2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를 보면 일본차 판매량은 2017년 4만3582대, 2018년 4만5253대로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하반기부터 일본 제품 불매 바람이 불면서 3만6661대로 감소했다.

올해 1~5월 기준 일본차 판매량은 7308대로 전년 동기(1만9536대)보다 62.6%나 줄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에 이어 수입차 판매 순위 3~5위권에서 다퉜던 일본차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올해 일본차의 한국 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21.7%에서 올해 7.2%로 급감했다.

일본차의 공백은 곧 유럽(79.5%)과 미국(13.3%)차의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올해 현재 누적 판매 ‘톱10’에서도 일본차는 보이지 않는다. 한 일본차 브랜드 관계자는 “대폭 할인을 할 때는 여전히 문의가 많지만,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최종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비교 후 다른 수입차를 선택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중고차 업계에서도 일본차 회피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차를 되팔고 다른 수입차를 사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수원중고차매매단지의 딜러 이모씨는 “최근 한국 철수 소식이 나온 닛산이나 인피니티 차주들이 애프터 서비스를 걱정해 내놓은 매물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일본차는 신차 출시도 더딘 상황이다. 독일 3사(벤츠·BMW·아우디)와 현대·기아차가 ‘신차 러시’를 하는 동안 이렇다 할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강화된 할인과 보증 서비스 등 공격적인 마케팅 시도에도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브랜드별 세부 판매 현황을 보면 렉서스가 올해 1~5월 2583대(-63.5%), 토요타는 2139대(-56.7%)를 팔았다. 혼다는 1323대(-72.9%) 판매에 그쳤다. 올해를 끝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닛산의 성적표는 말할 것도 없다. 같은 기간 닛산과 인피니티는 각각 1041대와 222대를 팔았다. 닛산은 재고 떨이를 위해 일부 차종을 1000만원 이상 깎아주는 눈물의 ‘폭탄 세일’까지 벌였다.

업계에선 하반기 코로나19 사태의 진전과 신차 출시, 마케팅 강화 등에 힘입어 일본차의 판매량이 일정 수준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불매 운동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에 따른 판매 대책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겠지만, 불매 운동은 한·일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