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악화일로다. 미국에선 최근 사흘 연속 하루 4만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누적 확진자가 259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기도 전에 서둘러 봉쇄 조치를 푼 플로리다와 조지아 등 5개 주(州)에서 특히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실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미 전역에서 4만358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25일에는 4만212명, 26일에는 코로나19 발병 이래 가장 많은 4만7341명의 환자가 나왔다.
이중 플로리다주의 일일 확진자는 지난 17일 2619명, 24일 5511명. 27일 9585명으로 수직상승 중이다. 애리조나,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주도 일일 확진자 수를 매일 갈아치우고 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제 재가동 방침에 적극 호응해 각종 봉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했다.
AP통신은 인적 왕래가 비교적 뜸한 농촌 지역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캔자스주의 이달 초 하루 확진자는 100명 채 안 됐지만 지난 26일에는 211명으로 껑충 뛰었다. 오클라호마·아이다호주의 코로나19 환자 수는 3주 전보다 무려 4배가량 늘었다.
미국의 코로나19 전망을 한층 어둡게 하는 건 감염자 추적이 여전히 제한적인 데다 무증상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접촉자 추적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라는 매사추세츠주에서조차 감염자의 약 60% 정도만 보건당국과 연락이 닿는다고 한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26일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환자를 찾아내 격리하는 전략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무증상 환자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코로나19 TF회의는 거의 두 달만에 열렸다.
미 언론들은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이유로 연방정부 차원의 통일된 전략이 없어 주별로 각기 대응하고 있는 현실을 꼽았다. 파우치 소장을 비롯해 보건 전문가들은 보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주지사들의 말은 또 달라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카미 킴 사우스플로리다대 교수는 “불행하게도 지역사회는 코로나19 재확산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 재가동 계획을 중단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다음 달 4일 해변을 폐쇄하기로 했다. 텍사스주는 술집 영업을 다시 중단했고 식당 수용 인원도 제한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이들 지역을 포함 최소 12개주에서 경제 정상화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권지혜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