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황장애 앓던 구급대원 극단적 선택… 순직 인정”

입력 2020-06-28 14:49

구급대원이 참혹한 현장에 출동하는 업무를 수행하던 중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질환까지 앓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순직을 인정하고 유족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김국현)는 소방공무원 A씨의 배우자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1992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됐다. 2001년부터는 하루 1~2건 출동하는 화재진압에 비해 출동 건수(7~10건)가 많아 힘든 업무 중 하나로 꼽히는 구급업무를 담당했다. 참혹한 현장에 지속 출동하던 그는 2010년부터 수면장애와 공포증상을 호소했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치료를 시작했다. 공황장애 치료는 2014년까지 38회에 걸쳐 진행됐다. 다른 업무를 하고 싶다고 소망하던 그는 구급업무를 다시 맡게 되자 2015년 4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의 배우자는 정부에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A씨의 사망이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지급 처분했다. 인사혁신처는 “A씨가 경제적 문제를 언급하며 자살을 암시하는 듯 한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된다”며 “직무와 관련해 직접적 계기로 볼 수 있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A씨의 배우자는 “구급업무, 불규칙한 교대근무, 초과근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정신적 질환을 앓다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A씨의 순직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참혹한 현장을 목격할 수밖에 없는 구급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임무 배정을 갈망했으나 다시 구급업무에 복귀하게 돼 상태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심신의 고통을 받다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러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