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언급한 이후 정치권에선 때 아닌 설전이 벌어졌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반박했다. 여기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유의 직설적인 분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논란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차기 대선 후보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참을 생각하다 “백종원씨 같은 분 어때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야권의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더 분발하라, 더 노력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볼 것은 아니다”라며 “좋은 비유, 좋은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이혜훈 전 통합당 의원도 지난 26일 같은 방송에서 “(김 위원장이) 그런 말을 해야 할 정도로 마음이 답답하다는 게 전달된 것”이라며 “이런 게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장제원 통합당 의원의 시선은 달랐다. 장 의원은 다음날인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경고했다. “김 위원장이 우리 당 차기 대선후보로 백종원씨를 거명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운을 뗀 장 의원은 “흥미 위주의 가십성 기사인지, 의미를 담아 쓴 기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까지도 몇몇 언론에는 김종인 대망론이 등장하기도 한다”고 썼다.
“자연인 김종인이라는 분이 이런 말을 던졌다면 논란이 되었을까”라고 반문한 장 의원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비대위원장이라는 직책의 무게감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황당한 억측이 난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이어 “우리 당이 제공한 자리를 가지고 당의 대선 후보까지 좌지우지 하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만약 저희가 드린 직책을 가지고 자신의 마케팅을 하려 했다면 더더욱 안 될 일”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해프닝(?)을 통해 비대위원장께서 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 것인지 보다 분명하게 알게 됐다”고 한 장 의원은 “세간에서는 미래통합당 후보를 놓고 ‘백종원 보다 임영웅이지’ ‘아니야, 영탁이야’ ‘우리 임영웅이 왜 미래통합당을 가냐’ 라는 조롱 섞인 농담이 돌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람을 존중하고 키워야 할 당이 비대위원장의 허언으로 이렇게 희화화되는 모습이 참 씁쓸하다”고 평가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김 위원장의 백종원 언급을 두고 남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당 대선후보, 내 눈에는 훤히 보인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혼돈 속의 통합당이 차기 대선 후보를 놓고 내홍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 정 의원은 “김 위원장은 그나마 잠룡들을 짓뭉개며 40대 경제전문가를 운운하다 아직 이당에는 없다는 뉘앙스로 ‘차라리 백종원’을 들먹였다”고 했다.
“이 같은 논란들은 다 ‘시간 끌기 작전’임을 나중에 알게 될 것”이라고 한 정 의원은 “이런 시간 끌기 작전은 언론의 관심과 각광을 받으며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통합당 김 위원장은 앞으로 계속 이 사람은 어떠냐? 에이 이 사람 갖고 되겠어? 등의 질문과 답변의 논란을 시간을 보내다 그럼 ‘나 김종인은 어떤가?’라는 궁극적 목표의 마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때 친김종인 대 반김종인으로 통합당은 두개로 쪼개질 것”이라고 한 정 의원은 “김종인은 당을 장악하고 시간 끌기 작전을 펼치며 친김종인파 끌어들이기 작전에 들어갔다고 본다”고 했다. “역사의식 없고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이 없는 영혼 없는 정치철새 김종인 선생이 어쩌면 잘 어울리는 대선 후보라고 본다”고 비아냥댄 정 의원은 장 의원의 발언을 겨냥한 듯 “차기 대선후보는 백종원, 임영웅도 아닌 김종인이라고 본다. 김종인도 김종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같은 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장 의원을 저격했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의원의 기사를 공유한 뒤 “자기들이 백종원이나 임영웅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아냐?”라고 반문한 뒤 “어이가 없네”라며 반박했다.
“그 당에서 백종원이나 임영웅보다 나은 놈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주제 파악을 해야지”라고 일갈한 진 전 교수는 “이분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민심에서 동떨어진 얘기나 하고 앉았고. 당 개혁에 매진해도 시간이 부족할 텐데 마음은 엉뚱하게 콩밭에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선이 아직 2년 남았는데 벌써 그 알량한 헤게모니 다툼이나 하니. 할 일이 그렇게도 없나?”라고 한 진 전 교수는 “위기의식이란 게 없다. 지금이 그런 걸 의제화할 때냐. 통합당은 프레이밍 하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이 상황에서 저런 얘기 해봤자 좋을 게 뭐가 있다고. 정청래만 신났네”라고 했다.
진 교수는 또 다른 게시물을 통해 “정치와 상관없는 일반인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으며 ‘조롱’이라는 맥락에서 이름을 갖다 썼으니 임영웅씨에게 분명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라며 장 의원을 재차 저격했다.
“우리 국민은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한 진 전 교수는 “대통령 될 씨가 따로 있나? 이게 조롱의 소재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누구라도 그 얘기를 들으면 제가 한 그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올 것”이라고 한 진 전 교수는 “유권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필요한 전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 민심을 모른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장 의원에 이어 정 의원도 저격했다. “정청래를 이해한다. 김종인씨에게 개인적으로 맺힌 게 많다”고 한 진 전 교수는 “옛날에 그 손에 잘렸다. 친노 보스 이해찬과 함께. 그때 이 완장들 정리하지 않았다면 민주당이 선거에서 고전했을 것”이라고 했다.
“강성 친노들의 행패에 유권자들의 원성이 높았다”고 한 진 전 교수는 “특히 호남 쪽에서 그렇게 쫓겨났던 이들이 어느새 복귀해 다시 당을 장악해 새로 완장질을 시작했으니 아무튼 정청래 의원은 그 당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존재이니 앞으로 큰 활약 함께 기대해 보자”고 조롱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