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해원전 이후 비디디와 나눈 디테일한 게임 얘기

입력 2020-06-28 00:35 수정 2020-06-28 00:57

지난 21일 젠지 대 KT 롤스터전 1세트. 2분 32초 만에 퍼스트 블러드가 나왔다. 미드 위쪽 점부시에 와드를 설치하러 갔던 ‘비디디’ 곽보성(아지르)이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보노’ 김기범(트런들)에게 덜미를 잡혔다. ‘쿠로’ 이서행(트위스티드 페이트)의 목소리가 전파를 탔다. “나이스! 아, 설계대로 됐다!”

젠지의 경기를 자주 챙겨본 팬들은 지난 4월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결승전 1세트를 떠올렸을 것이다. 당시 곽보성(아지르)은 2분 32초에 ‘커즈’ 문우찬(그레이브즈)에게 400골드를 헌납했다. 마찬가지로 미드 위쪽 점부시에 와드를 매설하러 이동하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2020 미드 시즌 컵’ B조 예선 징동 게이밍(JDG)전도 생각났을 것이다. 당시 곽보성(아지르)은 2분 24초경 미드 인근에 와드를 설치하고 라인으로 복귀했다. 35초경 ‘점멸’을 써 ‘카나비’ 서진혁(트런들)의 갱킹으로부터 간신히 살아남았다. 김기범과 문우찬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점멸을 썼던 바로 그 자리였다.
2020 MSC B조 예선 젠지 대 JDG전 중계 화면 캡처

‘KT의 설계’란 무엇이었을까. 곽보성에게 직접 물어봤다.

국민일보는 27일 젠지가 설해원 프린스를 꺾은 뒤 곽보성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아직 내 경기력은 완벽하지 않다”>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에 게재했다. 그러나 분량 한계와 기사 성격 등의 문제로 모든 내용을 싣지는 않았다. 이번 기사를 통해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직접 즐기는 독자들이 흥미 있어 할 만한 내용을 추가로 전한다.

-지난 21일 KT전 1세트를 복기해봤나. 당시에 KT 측에서 ‘설계대로 됐다’는 말을 했다.
“나도 그 영상을 봤다. 트런들이 낮은 레벨에 아지르 상대로 갱킹하는 능력이 좋다. 그날은 제가 미처 그 생각을 못 했던 거 같다. 깊게 와드를 설치하려고 했는데…. 상대가 설계한 대로 움직인 거 같기도 하다. 그날 뼈저리게 느껴서 그 이후로는 그런 실수를 안 하고 있다.”

-한 현역 정글러에게 물어보니 ‘해당 게임을 주의 깊게 보지는 않았지만, KT의 콜이 그랬다면 비디디 선수가 첫 두 웨이브를 밀고 그 위치(점부시)에 와드를 박는 습관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얘기하더라.
“아지르가 트위스티드 페이트 상대로 먼저 라인을 푸시할 수 있다. 언제든 와드를 설치할 수 있는 타이밍이 있다. 상대가 그 점을 잘 노렸던 것 같다. KT전 이후 코치님과 ‘와드를 깊숙하게 설치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피드백을 나눴고 잘 조율했다.”
2020 LCK 서머 정규 시즌 1R 젠지 대 KT전 중계 화면 캡처

-그밖에도 몇 가지 디테일한 질문을 하고 싶다. 오늘 1, 2세트 모두 ‘미니언 해체 분석기’ 룬을 들더라. 1세트에 탈리야로는 3개 모두 근접 미니언에 사용했다. 2세트에 트위스티드 페이트로는 미니언 해체 분석기를 사용하는 게 방송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 어떻게 썼나.
“미니언 해체 분석기의 사용은 경우마다 다르다. 탈리야로는 근거리 미니언을 빠르게 잡기가 쉽지 않다. 탈리야처럼 주요 스킬이 단일 판정을 받는 챔피언으로는 근거리 미니언에 사용한다. 추가 대미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라인을 빠르게 푸시하기 위해서다. 반면 트위스티드 페이트처럼 광역 라인 클리어가 가능한 챔피언은 원거리에 쓴다.”

-트위스티드 페이트로 ‘빛의 망토’ 룬을 골랐다. 보통 ‘결의’ 특성을 드는 게 일반적인데.
“피즈 같이 한 번에 ‘풀 콤보’를 넣는 챔피언을 상대할 때는 결의 룬을 든다. 기본 공격이 원거리인 AP 메이지 챔피언 상대로는 결의를 선호하지 않는다. 기본 공격 한 방에 ‘뼈방패’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2020 LCK 서머 정규 시즌 1R 젠지 대 KT전 중계 화면 캡처

-오늘도 그랬고 항상 2티어 신발을 빠르게 올리는 게 인상적이다.
“2017년부터 AP 메이지 챔피언 대 AP 메이지 챔피언 구도에선 신발을 먼저 사는 아이템 트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 아이템 트리로 변수를 차단할 수 있다고 본다. 스킬을 잘 배분해 사용하면 마나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