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 소재 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병한 가운데 피해 원아 가족이 사고 조사를 철저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유치원 측이 의도적으로 증거를 은폐한 것 같다”며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주장했다.
지난 2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산 소재 유치원 햄버거병 발병사고 아이들을 살려주세요’ 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자신을 햄버거병 증상을 보이는 피해 원아의 큰아버지라고 밝혔다. 현재 A씨의 조카는 병원에 입원해 신장투석을 받고 있다. 그는 “서울 소재 병원으로 분산돼 치료받고 있는 아이와 부모님들은 말 그대로 피 말리는 지옥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병원에 입원한 조카의 모습을 공개했다. 아이의 엄지 발가락은 퉁퉁 부은 모습이었다. 몸에서 배출된 혈뇨의 양도 상당했다. 그는 “요독 배출이 불가하여 복숭아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발이 부었다. 신장, 콩팥이 망가져 오줌 배출도 안된다”며 부모님들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진다고 했다.
A씨는 “일부 아이들은 영구적 손상이 불가피한 용혈성 요독 증후군 판정을 받은 상태”라며 “사고가 발생된지 보름이 지나도록 유치원에서는 부모님들께 정확한 원인도 안내하지 않았다. 그저 역학조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라고 호소했다. 역학조사를 위해 일정 기간 보관해야 하는 음식 재료도 이미 폐기해 과태료 50만원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사고 인과관계를 밝혀줄 핵심 자료가 없어졌다”며 증거 인멸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유치원의 미흡한 대처에 비판했다. 그는 “앞서 아이 엄마가 즉시 유치원에 이상 증세를 통보했다. 등원 중지, 내용 통보를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며 “바로 진상조사 및 등원 중지를 통보했다면 가족 간 전염(공동 화장실 사용으로 인한 분비물 전염 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장은 그저 죄송하다는 전화, 문자 발송 이외에는 사고의 원인 및 후속 조치에 대해 구체적 연락이 없다”며 “아이들의 상태를 안산시와 관계 당국이 직접 확인 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아이들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 바란다”며 지금도 투석 중인 아이들을 위해 “책임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앞서 지난 12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소재 유치원에서 식중독 증상자가 처음 나왔다. 이후 유증상자가 급격히 늘어 현재 111명에 이른다. 일부는 ‘햄버거병’이라고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증상을 보이고 있다. 햄버거병은 덜 익은 고기를 먹거나 살균되지 않은 우유 또는 오염된 채소를 섭취할 때 발병한다. 몸이 붓거나 혈압이 높아지기도 하며 경련이나 혼수 등 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사망률은 발생 환자의 5~10% 정도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