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사이에서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직접 고용 발표와 관련해 여당 의원들이 ‘가짜뉴스’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두둔은 오히려 청년들의 분노만 더 키우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차라리 언급하지 않는 게 낫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인국공 논란의 옹호론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시작됐다. 이 대표는 26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모두 발언에서 인국공 정규직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들이 없어지고 사소한 일”이라고 했다가 “사소하진 않지만”으로 정정한 뒤 “이런 일로 국민 혼란을 빠뜨리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도록 자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요즘 보면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 정규직화와 관련해 청년들의 불만이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바톤을 이어받은 사람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당 고민정 의원이다. 김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을과 을의 전쟁을 반기는 세력이 있다’는 제목의 그을 통해 ‘가짜뉴스’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인천공항공사의 직고용이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한 김 의원은 “조금 더 배우고 시험에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좋은 일자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심각한 ‘고용절벽’에 마주 선 청년들의 박탈감은 이해하지만 취업준비생의 미래 일자리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로채 간다는 논리는 부당하다 못해 매우 차별적”이라며 “보안요원들이 아르바이트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교육을 받고 몇 년 동안 공항보안이라는 전문 분야에 종사했던 분들이지 아르바이트가 아니다”라고 한 김 의원은 “취준생 일자리를 빼앗는다는데, 이것도 거짓이다. 정년까지 보안검색 업무만 하기 때문에 사무직 위주인 정규직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왜 20만 명이 넘는 분들이 국민청원에 서명했을까”라고 반문한 김 의원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공격하려는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류의 가짜뉴스 때문”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어 김 의원은 “온갖 차별로 고통받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외면하고 을과 을의 전쟁을 부추겨 자신들의 뒷배를 봐주는 ‘갑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왜곡 보도”라고 질타했다.
고민정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고 의원은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대해 공기업 취업 준비생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가로채 간다’고 성토하고 ‘정규직 전환으로 연봉이 5000만 원대로 오른다는 가짜뉴스’가 언론에 유포되면서 갈등도 심해진다”고 주장했다.
“야당 일각도 ‘로또 정규직’이라며 비난에 가세하는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죄악시되고 말았다”고 한 고 의원은 “차별을 없애고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왜 폄하하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고 의원은 “공기업 입사가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려운 현실에서 청년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같은 직장에서 같을 일을 해도 임금과 처우가 다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까지 비정규직이 떠맡는 사회가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오늘도 일터에서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장그래와 구의역 김 군에게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한 고 의원은 “그 방향은 ‘일자리 정상화’다”라고 단정했다. “능력과 의지가 있으면 누구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 고 의원은 이것이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옹호론에 네티즌들은 공분했다. 이들은 이해찬 대표의 ‘사소한 일’, 김 의원의 ‘조금 더 배웠다고 임금 2배 받는 게 진짜 불공정’, 고 의원의 ‘가짜 뉴스’ 등의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등에는 정부가 제대로 된 답변은 하지 않은 채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고 있다는 비난도 쇄도했다.
55만 명 이상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 ‘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인국공 문제 토론방’ 게시판엔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이들은 공사의 직고용 방침으로 당장 자신들의 일자리가 영향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 예산 편성 지침에 따라 인건비 총액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직원 월급 등을 지불하는 총액 인건비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직원이 2배 이상 증가해도 총액인건비가 그에 비례해 늘기 어려운 만큼 신규채용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정규직이 약1500명인 공사에서 갑자기 1900명의 정규직이 새로 들어오면 신규 채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수인 보안검색 요원들이 노동조합의 주도권을 쥐고 동일임금이나 사무직렬 전환 등을 요구하면 그만큼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에 정부는 자세한 설명이나 대안 없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주장만 반복하며 관련 이슈를 ‘사소한 일’ ‘가짜뉴스’ 등으로 폄훼하는 대중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반면 이런 목소리가 모든 청년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공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수준의 소위 ‘명문대’를 나왔거나 오랜 시간 시험을 준비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일부 청년들만의 특권적 분노라는 주장도 있었다. 한편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록된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 청원은 나흘만에 참여 인원이 25만명을 돌파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