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21년이나 했으면 호상이다.” “이대로 못 보낸다. 호상이 어디에 있냐?” “1등 시청률만 기억하는 더러운 KBS.”
26일 막을 내린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쏟아진 발언들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개콘의 역사를 돌아보는 다양한 코너가 전파를 탔다. 개그맨들은 프로그램 종영을 개그 소재로 삼은 무대를 잇달아 선보였는데, 특히 ‘개콘 장례식’을 소재로 삼은 ‘마지막 새 코너’에서는 김대희 신봉선 박성호 김원효 박성광 등이 출연해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KBS는 지난달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그리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변신을 갖기 위해 개콘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방송가 안팎에서는 개콘이 사실상 종영을 맞았다는 평가가 많다.
1999년 7월 18일 파일럿(시험) 프로그램으로 첫선을 보인 개콘은 한국 코미디를 상징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때는 시청률이 30%에 근접할 정도였고 ‘국민 예능’이라는 평가도 받았었다. 김준호 김대희 박준형 이수근 정종철 김병만 유세윤 신봉선 등 개콘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 개그맨도 한두 명이 아니다.
하지만 공개 코미디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야외 버라이어티나 ‘관찰 예능’ 성격을 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개콘의 인기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개콘이 사라지면서 지상파에서는 더 이상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볼 수 없게 됐다. 27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개콘 1050회 시청률은 3.0%를 기록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