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태와 관련해 늑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첫 증상자가 나온 지 나흘 만에 학부모들이 유치원 측에 발병 사실을 알렸지만, 유치원은 등원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보건당국에 신고한 곳도 유치원이 아닌 지역 병원으로 전해졌다.
YTN은 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태와 관련해 보건당국이 작성한 상황 보고서를 입수해 26일 공개했다. 공개된 보고서를 살펴보면 해당 유치원에서 의심 환자가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된 날은 지난 16일이다. 처음 증상이 나온 지 나흘 만이다. 그사이 설사와 복통 등 식중독 증세로 결석한 아이들만 10여 명이었으나 유치원은 정상 등원을 계속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건당국에 발병 사실을 알린 것도 해당 유치원이 아닌 원생을 치료한 병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산시 상록수보건소 관계자는 YTN에 “최초에 고대병원에서 우리한테 신고가 들어왔다”며 “유치원에 확인하고 안 나온 아이들이 어떻게 됐는지 조사하면서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유치원이 발병 사실을 알면서도 늑장 대응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보건소에 신고가 접수되기 전 이미 유치원에 증상을 설명했는데도 등원 중단은커녕 관련 안내조차 없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법정 감염병인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은 발생 즉시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이 내려질 수 있다.
보건당국은 관련 신고를 접수한 뒤 등원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이틀 동안은 긴급돌봄이 운영됐다. 17일엔 50여 명, 18일엔 10여 명이 등원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폐쇄 명령을 받으면서 운영이 중단됐다. 폐쇄 기간은 이달 31일까지이며 다음 달 1일부터 운영 재개를 예고하기도 했다.
경기도와 안산시는 상록구 소재 A 유치원의 집단 식중독 사고 관련 환자 중 용혈성요독증후군 증상을 보인 원생이 1명 추가돼 병원에 입원했다고 26일 밝혔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장 출혈성 대장균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로써 A 유치원과 관련한 용혈성요독증후군 증상 어린이는 15명으로 늘었다. 이 유치원의 식중독 사고에 따른 입원 환자도 23명(유치원생 20명, 원생의 형제·자매 3명)이 됐다. 다만 증상이 악화해 신장투석 치료를 받는 어린이는 5명에서 1명 줄어 4명이 됐다. 햄버거병에 걸리면 평생 투석 치료에 의존해야 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