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st하우스]는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담는 공간입니다. 즐겁고 감동적인 동물 이야기가 고플 때마다 찾아오세요. |
“치즈 한 덩어리 배달이요~”
꽤나 묵직해 보이는 치즈 색 털 뭉치가 작은 택배 상자에 꾸깃꾸깃. 한껏 몸을 움츠려 동그랗게 돌돌 말려 있는 모습이 정말 치즈 같지 않나요? 이 귀여운 털 뭉치의 정체는 서울여대에서 성공한 묘생을 살고 있다는 치즈 색 길냥이, 이름하여 ‘우치’랍니다.
이 치즈 녀석, 귀엽고 깜찍한 모습으로 지나가는 학생들의 심장을 폭행하는 게 주특기라는데요. 오늘 [개st하우스]에서는 출구 없는 매력을 뽐내는 캠퍼스 냥이 우치를 소개합니다. (*뒤로가기 금지*)
“어머, 쟤 좀 봐, 사람인 줄”
사람들이 버젓이 지나가는 길에 철퍼덕 누워 뒹굴뒹굴. 발라당 배 까고 숙면 취하기. 밤낮으로 식빵 굽기. 모두 냥이들의 경계태세가 낮아졌을 때 볼 수 있는 행동이죠.
세상에, 이렇게 겁 없는 냥이 보신 적 있으세요? 우치는 하루에도 수백 명이 돌아다니는 대학 캠퍼스에서 세상 제일 평화로운 자태로 낮잠을 자곤 한답니다.
“웨옹-웨옹. 거기 누나들, 내 관심을 거부하지 말아라냥”
서울여대에는 약 10마리의 길냥이들의 살고 있습니다. 냥이들의 종은 모두 ‘코숏’입니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한국 지역 토종 고양이라는 뜻인데요. 여러 유전적 특징이 혼합돼 뚜렷한 특징은 없지만 그만큼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답니다.
이 중에서도 우치는 서열 1위답게 얼굴도 제일 크고 몸무게도 약 6kg대로 거대함을 뽐내는 늠름한 사내놈입니다.
이 녀석 이름이 왜 우치냐고요? 냥 세계의 제왕답게 울음도 우렁차거든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웨옹-웨옹” 울어댑니다. 게다가 모색과 상관없이 좁은 줄무늬가 겹겹이 나타나는 치즈색의 태비(mackerel tabby)무늬를 갖고 있습니다. 마치 ‘우는 치즈’같다는 뜻에서 우치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우치의 취미는 낮잠 자기, 특기는 관심받기입니다. 그래서 관종우치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이곳에서만큼은 ★우주대스타★니까요. 학생들도 장난감을 따로 챙겨와 공강 때마다 냥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곤 하죠.
“토도돗..톳!” 어디선가 둔탁한 발소리가 들리네요. 유난히 사람을 좋아하는 우치는 길을 가는 학생들을 졸졸 따라가며 무릎을 내놓으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기도 합니다. 길을 가던 중 뒤쪽에서 앙증맞은 발소리가 들린다면 틀림없이 우치입니다.
이런 우치에게도 반전매력이 있는데요. 학생들 앞에서는 마냥 귀엽고 순진해 보이지만, 사냥을 좋아하는 용맹한 모습도 있습니다. 그 이름하여 전우치, 사실 우치는 전우치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소개되지 않았지만 이곳에 함께 사는 냥이들도 우치 못지않게 편한 모습으로 학교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냥이들과 공생하는 캠퍼스 집사들
냥이들이 캠퍼스를 제집 안방마냥 활보하며 다닐 수 있는 이유는 ‘캐슈넛’ 덕분입니다. 캐슈넛은 3년 전 만들어진 고양이 공생 동아리입니다. 길냥이들을 보호하고 관리해주는 캠퍼스 집사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죠. 이미 많은 대학교에서 길고양이 케어 동아리가 생겨나고 있는 추세인데요.
급식소를 설치하는 등 단순히 끼니만 챙겨 주는 게 아니라 추운 겨울을 버틸 겨울 집을 손수 만들기도 하고 아픈 냥이들을 치료해주기도 합니다. 또 사람들과 냥이의 ‘공생’을 위한 ‘TNR 사업’도 하고 있는데요.
TNR이란 ‘Trap-Neuter-Return’의 약자로 길고양이를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을 한 뒤 다시 방사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냥이들의 무분별한 번식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과의 공생을 위한 필수적인 방법이죠.
중성화 수술을 받은 냥이들은 한쪽 귀 끝부분이 살짝 잘려있어 일반 사람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답니다. 우치는 18년도 8월경에 이미 TNR을 했고, 이외에 다른 냥이들도 TNR을 한 상태라고 합니다.
캐슈넛의 노력 덕분일까요. 냥이들을 집중적으로 돌본 지 어느덧 3년 차가 된 지금, 보통 길냥이들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악취나 소음문제, 쓰레기봉투 및 시설물 훼손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사람과 동물의 공생이 가능해진 것이지요.
“냥이들요? 오랜 시간 함께해온 동문 같아요”
냥이들은 어느덧 학교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아 학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기숙사에 살면서 오랜 시간 냥이들을 봐왔다는 서울여대 재학생 이수현씨는 추운 겨울날에도 냥이들을 위해서라면 바닥에 철퍼덕 앉아 무릎을 내어줄 수 있을 정도라네요.
그는 “냥이들은 평범한 일상에 특별함을 주는 존재”라면서 “길을 가다가도 냥이들이 있는지 잠시 멈춰 한 번쯤 둘러보고 찾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해온 동문”같다는 특급 칭찬과 함께요. 특히 우치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모습이 배우 고창석님을 닮았다”는 말도 남겼습니다.(비밀ㅎ)
지금까지 [개st하우스]와 함께한 캠퍼스 냥이 투어 어떠셨나요. 향후 서울여대를 배회하는 냥이들을 보게 되더라도 “간식을 주고 싶다”는 애정어린 마음은 조금만 넣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TNR수술 이후에는 냥이들의 살이 쉽게 쪄 비만이 될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또 냥이들은 큰소리를 내는 대상을 위협적인 존재로 여긴다고 합니다. 냥이들의 모습을 담고 싶더라도 꼭 무음카메라를 이용해주세요. 냥이들이 곤히 자고 있거나 사람을 피할 때는 만지려 하지 마시고 냥이들의 상태를 배려해주세요!
그럼 냥이들아! 캠퍼스 집사들과 함께 앞으로도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렴!!!!
김유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