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20㎞] “설마 나도 꼰대인거니?” 90년대생들이 답했다

입력 2020-06-27 08:39 수정 2020-06-27 08:39
MBC 드라마 '꼰대인턴' 한 장면. 공식 홈페이지

[청춘20㎞]는 ‘20대’ 시선으로 쓴 ‘국민일보’ 기사입니다. 요즘 청춘들의 라이프 트렌드를 담아낼 편집숍이죠. 20대의 다양한 관심사를 [청춘20㎞]에서 만나보세요.

“라떼라떼라뗀 말이야∼♬ 제발 그만그만 그만해∼♬”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는 MBC ‘꼰대인턴’이 다음 달 1일 종영을 앞뒀다. 드라마 ‘꼰대인턴’은 최악의 꼰대 부장을 인턴사원으로 맞이하게 된 한 남자의 갑을 체인지 복수극을 그려냈다.

주제곡 중 하나인 ‘꼰대라떼’를 부른 가수 영탁은 시원스럽게 외친다. “하루종일 계속되는 꼰대라떼! 리필은 됐습니다, 꼰대라떼!”

‘라떼는 말이야’ 또 이를 줄인 ‘라떼’는 꼰대들이 눈치 없이 반복하는 ‘나 때는 말이야’를 풍자한 표현이다. 영어로 직역해 ‘Latte is horse’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른바 기성세대는 사회에 “90년대생들이 온다”며 ‘요즘 애들’을 낯설어하고 있다는데. 누군가는 청년들을 향해 혀를 끌끌 차지만, 다른 누군가는 ‘혹시 내가 꼰대가 되면 어쩌나’를 고민하는 중이다.

90년대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꼰대에 관한 그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꼰대요? 자발적으로 틀어막힌 사람들이죠”

95년생 변모씨는 “눈과 귀를 자발적으로 틀어막은 사람들”이 꼰대라고 정의했다.

“꼰대들은 자기 경험에 근거한 사실이나 생각을 절대 불변의 진리처럼 믿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고 설명하려 하잖아요. 가끔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 거잖아요? 착오가 생길 가능성이 있죠”

이런 맥락에서 그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눈과 귀를 적극적으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졌는지 돌아봐야 해요. 나의 경험을 거름이나 기준처럼 삼을 수는 있는데, 뭔가 아닌 것 같을 때는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겠죠. 흠, 그런데 말하다 보니 쉽지 않네요. 사실 저도 누군가에게 꼰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한 살 차이나는 제 동생이 저를 꼰대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잠시 자신을 경계해보던 변씨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 계속될 것 같네요”라고 덧붙였다.


“젊은 꼰대가 더 할 때도 있답니다”

97년에 태어난 대학생 황모씨는 ‘너는 틀리고, 너는 잘 모를 거야’ 자세를 밀고 나가는 이들이 꼰대라고 생각한다. 그는 “다양한 입장을 고려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랄까요. 어떤 대화도 잘 안 되죠”라고 말했다.

꼰대가 나이와 상관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원래 꼰대는 나이 많은 사람에게 주로 쓰던 단어잖아요. 심지어 맞춤법 검사기에서는 ‘꼰대’를 ‘선생’이나 ‘어르신’으로 대체해서 쓰라고 추천해주기도 해요(웃음). 그런데 요즘 말하는 꼰대는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도 ‘꼰대 짓’을 한다니까요? 자기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꼰대로 불려야 해요”

99년생으로 군 복무 중인 조모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역설적이라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경험한 ‘역대급 꼰대’는 제 대학 후배예요(웃음). 학생활동을 하면서 같이 의사 결정할 일이 많았는데요. 대화가 안 풀릴 때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고집하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더라고요. 그런 후배랑 자주 갈등을 겪으면서 ‘하. 젊어도 꼰대가 될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에는 실체 없는 꼰대들이…”

99년생 한모씨는 꼰대를 ‘내 생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은 채 그것을 남에게 권위적으로 강요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강요는 충고와 다른 것 같아요. 둘의 차이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는지의 여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 마주치지 않는 ‘온라인 꼰대’를 언급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실체 없는 꼰대들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에서 벌어지는 갑론을박을 보면요. 자기 생각만 강요하고 남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대화를 하자는 건지, 강요를 하겠다는 건지, 저는 그런 것들도 다 꼰대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온라인 꼰대들이 전부 나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중에 당연히 젊은 사람도 많겠죠. 이렇게 생각하면요. 꼰대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고요. 또 꼰대와 비꼰대를 가르는 기준은 더 이상 나이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라는 의견을 밝혔다.


“꼰대는 때로 허상이에요. 일종의 프레임이랄까”

95년생 허모씨는 “꼰대를 정의해달라”는 말에 이렇게 반문했다. “아, 꼰대가 뭐냐고요? 허상 아닌가요?”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진짜 자기 얘기만 관철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르는 건 일리 있어요. 그런데요. 저는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쁠 때 ‘아, 꼰대 같아’ 해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해요. 여론몰이용 도구랄까요? 일종의 프레임? 이럴 때는 꼰대라는 게 허상에 가깝죠”

허씨는 “다들 다른 삶을 살아왔는데 서로 이해 못 하는 게 당연해요. 그럴 때 ‘꼰대 같다’는 말로 대화를 단절시키는 태도도 좋진 않아요. 서로 조심해야죠. 꼰대의 문제가 아니라 참견의 정도가 다른 것일 수도 있잖아요”

참견의 정도를 어떻게 따져볼 수 있냐고 묻자 그는 “소통방식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은 내용을 전하더라도 말하는 방식에 따라 설득, 조언, 오지랖, 꼰대 짓으로 나뉘니까요”라고 답했다.

MBC 드라마 '꼰대인턴' 한 장면. 공식 홈페이지

“자신만 돌아보시라”

꼰대를 정의하는 방식도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다. 또 다들 어느 정도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꼰대일까 봐 경계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크겠지만.

이야기를 나눠본 몇 명의 90년대생들은 “상대를 향한 존중과 조심스러움,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여유”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라떼는 말이야’는 상대를 이해하려는 배려가 없고 ‘내가 무조건 맞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태도라고 지적한 것이다.

MBC 드라마 '꼰대인턴' 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중요한 점은 ‘자신만’ 돌아봐야 한다는 것. 상대에게 ‘네가 뭘 모르나 본데’ 혹은 ‘너도 딱히 잘하는 건 없지 않냐’고 쏘아붙일 게 아니라.

경계와 조언의 방향이 스스로를 향할 때 당신은 꼰대가 아닐 수 있다. 90년대생들이 그렇게 말했다.

서지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