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취준생이라 화나는 것, 정규직화가 맞는 방향”

입력 2020-06-27 06:36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15일 오전 미래통합당 유의동·오신환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른바 ‘인국공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을 지적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힌 문제인데 갈등을 조정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국공 문제는 정규직·비정규직·취준생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 계층의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사안이다. 더 큰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보인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인천공항국제공사 보안검색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자체는 부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정부의 커뮤니케이션은 부족했다”며 “잘 다독거리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달말 보안검색 1902명을 청원경찰로 전환해 공사가 직접고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23일 오후 인천 중구 공사 앞에서 공사 노조원들이 공사의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방침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진 전 교수는 또 페이스북 글에 “좌절한 계층의 분노에 편승해 그저 정부를 때리는 소재로 활용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포퓰리즘은 당파의 이익에는 도움 될지 모르나, 사회 전체로는 불필요한 코스트를 발생시킨다”고 적었다.

진 전 교수는 이 문장에 대해 “포퓰리즘이 들어가기 참 좋은 소재다. 사람들이 화가 나서 20만명이 청원하고 그러는데 거기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며 “멀리 보게 되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단기적 시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판하는 사람들은 취준생들이기 때문에 화가 나는 거다. 그걸 잘 다독거리면서 합리적인 대안으로 그들을 설득해내야 한다. 거길 올라타서 같이 욕하면 뭐가 달라지나”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정부를 때리는 소재로 활용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경고지 누가 그렇게 했다는 게 아니다”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를 보니까 (정규직 전환을) 막 씹더라. 네티즌들, 주로 보수쪽 사람들이 공격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만 20·30세대가 충분히 분노할 만하다고는 했다. 진 전 교수는 “산업화 세대는 아파트도 주고 일자리도 줬다. 하지만 민주화 세대는 줄 게 없다. 그래서 20·30세대는 국가한테 기대하는 게 없다”며 “내가 노력할 테니 게임 규칙이나 공정하게 해달라는 거다. 거기서 패배하면 인정을 하겠다는 거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저쪽은 공짜로 정규직이 된 것처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 “언론에서는 각각의 이해당사자들이 판단을 내릴 때 참조해야 할 정확한 팩트들을 제시해줘야 한다”고도 적었다. 진 전 교수는 이 문장에 대해 “정부에서 해명한 사실은 충분하게 반영해야 한다. 분노하는 바탕에 부정확한 정보가 있다”며 “분노가 올바르게 표현될 수 있게 해줘야지, 그릇된 분노를 갖게 하면 방향을 잃어버린다. 독자가 판단에 필요한 팩트를 챙겨주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