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시끌시끌’…사모펀드가 뭐길래

입력 2020-06-26 18:10

사모펀드가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다. 진앙으로 떠오른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대규모 펀드환매 중단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운용사와 판매사, 법무법인 등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전수조사 실시’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지난해 금융시장을 강타한 라임자산운용 사태도 추스르지 못한 상황에서 사모펀드 가입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는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주식, 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통상 사모펀드는 비공개로 투자자들을 모집해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한다. 이후 기업가치를 높인 뒤 기업 주식을 되파는 운용 전략을 취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국내 사모펀드는 1만282개에 달한다. 사모펀드 수탁고(설정액)는 424조원에 이른다.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해에만 8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사모펀드 시장이 이렇게 커지게 된 데에는 규제 완화가 있다. 금융당국은 2015년 사모펀드에 대한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금융위원회는 한국형 헤지펀드 최소 가입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또 전문 사모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사모펀드 시장은 급성장했지만, 사고도 잇따랐다. 지난해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1조6000억원 환매 연기, 호주 부동산펀드 사기, 팝펀딩 사모펀드 사기 등이 끊이지 않았다. 라임사태의 경우, 대표적인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인 일명 ‘폰지 사기’가 벌어진 사건이다. 폰지 사기는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수법이다. 이번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건 역시 폰지사기와 유사한 것으로 금융 당국은 보고 있다.


유독 사모펀드 사고가 잇따르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검증 시스템의 부재를 지목한다. 사모펀드는 공시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어떻게 운용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은행 등 판매사가 적발하더라도 금융 당국이 아닌 이상 허점을 밝혀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여기에다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까지 겹칠 경우 피해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옵티머스자산운용 건의 경우, 운용사는 투자자와 판매사를 속였다. 당초 편입하기로 한 공공기관 매출채권 외에 부실채권을 담은 것이다.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에 투자하며, 연 3% 안팎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에 투자금을 맡겼다. 일부 운용사들은 자문 및 고문단에 전직 정·관계 고위 인사들의 이름을 올려놓기도 한다. 펀드 투자자들을 안심하게 만드는 전략이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보험’ 성격도 지닌다. 라임을 비롯해 옵티머스의 경우에도, ‘정·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4월 ‘뒷북’ 대책을 내놨다. 사모펀드 판매 전 운용사가 제공한 자료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내부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 펀드가 투자설명 자료에 나타난 방법에 맞게 운용되는지 여부를 점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 사안이어서 시행 시기를 가늠하기 힘들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사모시장은 원래 스스로 하는 영역인데 질서가 무너지면 자본시장의 신뢰가 떨어진다. 최소한 실사 정도는 해서 약속한 대로 운용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확인해야 한다”며 전수조사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발끈했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25일 성명서를 통해 ”5개 팀, 32명에 불과한 자산운용검사국이 1만개가 넘는 펀드를 정밀검사하려면 수십 년은 걸릴 일”이라고 꼬집었다. 은 위원장의 발언이 ‘탁상공론’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회계법인과 같은 제 3자의 펀드 실사를 분기별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또 금융당국의 사후 검사를 강화해 최소한의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사모펀드 시장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처벌 수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