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권모(52)씨는 지난해 말부터 쉬는 날 없이 일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주휴수당 지급까지 부담이 돼 아르바이트생은 줄이고 권씨가 더 오래 일하기로 했다.
권씨는 “편의점을 몇 개 씩 운영하면서 수금만 하는 사장님들도 있지만 나처럼 직접 뛰어야 하는 생계형이 많다. 최저임금이 올라야 한다고 이성적으로는 생각되는데 인건비가 계속 커지니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을’과 ‘을’이 얼마 안 되는 밥그릇 싸움을 하게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다시 ‘주휴수당’이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25일 최저임금 산정에 주휴수당을 포함시키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나오면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합헌 결정에 강력하게 유감을 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70여년 전에 제정된 주휴수당 제도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제도”라며 “주휴수당을 법으로 폐지하기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주휴수당은 일하지 않은 휴일에 지급되는 하루치 급여를 말한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주휴수당이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되면 지금껏 시급에 주휴수당을 포함하지 않은 경우에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금액을 시급으로 지급해 법을 위반한 게 된다. 편의점 PC방 등 아르바이트생을 시급제로 고용하는 소상공인들은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주휴수당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에 오른 것은 2018년 12월 최저임금법 시행령 5조 1항에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주휴수당 시간을 포함해 시간당 급여를 계산하도록 하면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초 주휴수당은 소상공인들과 노동계에서 ‘뜨거운 감자’였고,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가 헌재에 ‘(자영업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었다.
헌재에서 합헌 결정이 나오자 현장의 소상공인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권씨는 “일말의 희망 같은 게 있었는데…”라며 “코로나19로 다들 힘든데 인건비 부담이라도 덜고 싶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8)씨는 “직원들이 다 성실하고 그러면 모르겠는데 권리만 찾고 일은 안하려는 직원들만 늘어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며 “장사보다 직원 관리가 더 힘들다는 말도 있는데 비용 부담이 더 커지니 분통터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정당하게 지급되지 않았던 문제를 제도적으로 바로잡은 것인데, 소상공인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식의 접근방식은 갈등만 키울 뿐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서초구에서 규모가 큰 식당을 운영하는 임모(56)씨는 “그동안 법을 착실히 잘 지킨 사람들에게는 타격이 될 게 없는 결정”이라며 “법을 잘 지키지 않은 사람들이 손해보게 생겼다는 식의 논리가 반복되는 게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씨는 “지금 코로나19로 다들 힘드니 영세자영업자들의 심적 부담은 더 커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둘러싼 논란이 몇 년 동안 계속되는 상황에서 임금체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경총은 “헌재 결정은 행정관리 지속성만 고려하고 임금과 근로시간의 실체나 현장 상황을 간과한 것”이라며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된 상황에서 주휴수당 폐지를 본격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