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서 기름이 흐른다” 설악산 대청봉 의문의 ‘오일 테러’

입력 2020-06-26 17:20
연합뉴스

최근 국립공원과 명산 정상 표지석에서 기름으로 추정되는 액체가 잇따라 발견됐다. 설악산 대청봉 표지석에서도 같은 흔적이 발견되자 설악산 관계자는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6일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8시쯤 설악산 정상 대청봉 표지석 표면에 기름으로 추정되는 액체가 발견됐다. 야간 탐방객 확인 순찰에 나섰던 대청분소 직원이 목격했다.

사진 속 대청봉 표지석에는 위에서 중간 부분까지 액체가 흘러내린 모습이 선명했다. 현재는 비에 맞아 대부분 씻겨진 상태다. 언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황상 유사한 오일 테러는 최소 수개월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4월 국립공원관리공담 홈페이지에는 비슷한 민원 사례가 올라왔다.

당시 작성자는 “3월 21일 지리산 등산에서 정상 표지석에 이상한 기름 흔적이 보였다”며 “어제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월악산 정상 표지석에도 같은 상태의 기름 흔적이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몇군데 국립공원 표지석을 확인해 보니 치악산, 함백산, 신불산에서도 같은 기름 흔적이 보였다”며 “오대산, 덕유산, 태백산, 무등산, 주왕산, 속리산에는 흔적이 안보였다”고 전했다.

당시 작성자는 “누군가 개인 욕심을 위해 저지른 행위 같다”면서 “바쁘겠지만 깨끗한 관리를 부탁드린다. 설악산도 개방되면 이렇게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얼마 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설악산사무소 관계자는 “국립공원 표지석이 아닌 다른 산의 표지석에서도 같은 흔적이 발견됐다”며 “국립공원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행위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표지석 주변에 CCTV가 없어 행위자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지석 액체 성분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정확히 어떤 물질인지 알 수 없다”며 “형태로 보아 오일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