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디자이너’
부모로부터 쇠사슬에 묶이고 프라이팬에 손가락이 지져지는 등의 학대를 당한 경남 창녕의 9세 소녀가 되고 싶은 꿈이다. 소녀는 2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에서 “샤넬 같은 옷을 만들어 선물하겠다”며 이렇게 적었다. 유명 디자이너의 꿈을 품은 소녀는 현재 몸과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하고 있다고 한다. 25㎏에 불과했던 체중도 크게 증가했다.
청와대는 ‘창녕 소녀’ A양이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감사의 손편지를 썼다고 25일 밝혔다. 손편지는 지난 24일 A양을 만난 박경미 교육비서관과 김유임 여성가족비서관을 통해 전달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A양을 직접 만나 상처를 보듬어 줄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박 비서관과 김 비서관은 ‘펭수’ 인형, 동화책, 덴탈마스크, 영양제 등을 준비해 A양이 있는 경남의 아동복지전문기관을 방문했다. 이들은 “A양이 조금씩 마음과 몸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모습이었다”며 25㎏에 불과했던 몸무게도 30㎏ 중반대로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쇠사슬 때문에 생긴 목의 상처, 온몸의 피멍 같은 외상은 아직 남아있는 상태라고 한다.
A양은 면담 내내 밝은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자신을 위해 비서관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는 특히 기뻐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즉석에서 ‘대통령 할아버지 할머니께’라는 제목으로 편지 2통을 썼다. 편지에는 감사의 인사와 함께 ‘차 조심하셔야 해요’라는 어린이다운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은 면담 도중 “패션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샤넬 옷 같은 좋은 옷을 만들어서 대통령 할아버지께 드리고 아줌마(비서관)들한테도 공짜로 드리겠다”고 말했다. 두 비서관은 이에 “아프게 해서 미안해. 잘 이겨나가고 건강하게 지내면 좋겠어”라며 “우리가 많이 도울게”라는 격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