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7월 전면 시행…범죄 예방책은 허술

입력 2020-06-26 16:27 수정 2020-06-26 16:35

군 기강을 저해한다는 지적에도 국방부가 병사들의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키로 26일 결정했다.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사이버 도박과 디지털 성범죄 등 휴대전화를 활용한 범죄를 차단할 뾰족한 대책 마련 없이 성급히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다음달 1일부터 병사들의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시행키로 결정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는 “병사들이 군 생활에 적응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허용을 통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지난해 4월부터 전 군에서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을 시범 실시해왔다.

하지만 사이버 도박 등 휴대전화를 통한 범죄를 막을 이렇다 할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국방부가 성급히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사이버 도박 예방교육 강화와 상담을 통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사이버 도박 등 휴대전화를 이용한 병사들의 범죄가 발생하는데, 문제는 이런 범죄가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도박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빚을 진 병사들이 이를 해결하려 절도를 저지르거나 심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경기도 한 부대의 병사 5명은 수백여 차례에 걸쳐 사이버 도박을 한 혐의로 적발되기도 했다.

디지털 성범죄를 차단할 뾰족한 대책도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핵심 인물인 닉네임 ‘이기야’는 육군 일병 이원호(19)씨인 것으로 지난 4월 말 드러나기도 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군 시설 촬영 등 기밀 유출 관련 문제는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면서도 “불법 도박 사이트 및 음란·채팅 사이트가 수백개를 넘는데, 접속한 기록을 간부들이 일일이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확인한다고 해도 사생활 침해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