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공간 다른데 ‘집단 식중독’?, 그게 할 소리냐” 분노한 부모들

입력 2020-06-26 14:12
집단 식중독 발생한 안산의 유치원. 연합뉴스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안산시 소재 유치원의 일부 학부모가 유치원 측이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며 분노를 표했다.

일주일 넘게 입원 중인 일곱 살 자녀를 돌보고 있는 A씨는 “치료 중인 아이들을 한 명씩 찾아와 사과해도 모자를 판에 (유치원 측은) 식중독 원인이 음식이 아닌 아이들 간의 감염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그게 며칠째 잠도 못 자고 고생하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할 말이냐”고 25일 노컷뉴스에 밝혔다.

안산 상록보건소에 따르면 26일까지 이 사고와 관련해 식중독균 검사를 받은 인원은 295명이고, 장 출혈성 대장균 양성 반응이 나온 인원은 49명이다. 원생 중 14명은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증상까지 보여 5명은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유치원 측은 급식 재료에서 식중독균이 확인되지 않은 점을 들어 원생들 간 전파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하고 있다.

A씨의 자녀도 햄버거병 판정을 받고 집중 치료실에서 지내다가 며칠 전에야 일반 병동으로 옮겨졌다. 아이는 복통, 설사, 혈변 등의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A씨는 “아이가 하루에 20번 이상 혈변을 보고 3㎏이나 빠졌다”며 “유치원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학부모 B씨도 유치원 측의 주장을 믿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5·6·7세 아이들의 교실이 층마다 다르고 생활공간도 다른데 어떻게 똑같은 증상을 보이냐”면서 “종합적인 상황을 따져봤을 때 음식으로 인한 식중독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상록보건소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입원 중인 어린이들의 상태 및 감염 경로 등을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정밀 조사 중”이라며 “식중독균 감염 경로 등을 밝히기 위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