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이 ‘따로 노는’ 현상이 위험하다는 경보음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올 경우, 유동성 시장의 충격에 따른 경제 위기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GFSR)를 통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 현상이 자산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발생국가들을 중심으로 경기하강 현상이 두드러지지만, 금융 시장은 동요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에 대응해 세계 각국이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고 사실상 무제한의 통화 공급에 나선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달 들어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 3월 저점으로부터 35% 이상 치솟았다. 나스닥지수도 최근 연이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이 기간 미국의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기업과 소비자의 체감경기 지수는 하향곡선을 그렸다. 일본 닛케이 평균 주가도 지난 3월 당시 저점이었던 1만6552엔에서 이달 들어 2만3000엔대까지 치솟았다. IMF는 “자산 가격이 실물 경제에 비해 과대 평가되어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리스크는 여전한데, 주식시장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IMF는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사라지면 실물 경제와 시장간 괴리 현상이 위험 자산의 가치에 또 다른 조정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 시장은 활황이 이어지는데, 실제 실물 경제가 뒷받침해 주지 못할 경우, 결국 거품이 빠지면서 자산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또 다른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경기 회복에도 ‘독’이 된다. IMF는 실물경제 시장의 심리 변화에 ‘방아쇠’를 당길 요인으로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팬데믹)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 변화, 무역 분쟁 등 글로벌 긴장 재고조 등을 꼽았다.
이미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 공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일부 주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브라질과 멕시코 등 남미 등에서도 아직 확진자수가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는 분석에 금융 시장은 연이 불안감을 품고 사는 형국이다.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이미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은 주식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실물·금융의 비동조화(디커플링)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소비 등 실물 경제에 일시적 숨통이 트였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동성이 금융시장에서 자산 가격만 올려놓을 경우, 빈부 격차를 부추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적시에 내놓을 수 있는 재정정책 수단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