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英 1부 30년만 우승…눈물 흘린 클롭 감독 “믿을 수 없어”

입력 2020-06-26 11:18 수정 2020-06-26 11:49
클롭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믿을 수 없다. 리버풀과 함께 챔피언이 됐다니 뭐라고 말을 이을 수도 없다.”

2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 첼시 크리스티안 퓰리시치와 맨시티 케빈 데 브라이너가 한 골씩 주고받아 1-1 동점이었던 후반 33분, 페르난지뉴가 핸드볼 반칙으로 퇴장 당하며 첼시에게 페널티킥 기회가 왔다. 키커로 등장한 윌리안은 실수 없이 네트를 출렁였고, 이 골에 환호한 건 첼시만이 아니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첼시의 2대 1 승리가 확정돼 리버풀 우승이 확정된 직후 가진 스카이스포츠와의 영상 통화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눈물을 머금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윽고 1989-1990 시즌 리버풀의 마지막 1부리그 우승을 이끈 리버풀의 전설 케니 달글리시를 향해 “당신에게 우승을 바친다”며 “스티븐 제라드와 리버풀의 모두에게도 이 영광을 돌린다”고 했다.

리버풀이 잉글랜드 1부리그 우승이란 숙원을 드디어 이뤄냈다. 전통의 명가였던 리버풀은 지난 1989-1990시즌 이후 무려 30년 동안 우승이 없었다. 1부리그 18회 우승으로 잉글랜드 팀들 중 가장 많은 우승 횟수를 유지했던 리버풀은, 1992-1993시즌 EPL 출범 후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하면서, 기세를 올린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회)에 최다 우승팀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드디어 EPL 출범 후 첫 우승이자 1부리그 19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맨유와의 우승 격차를 1회로 줄였다.

우승 확정 뒤 리버풀 안필드 앞에서 환호하는 리버풀 팬들. AFP연합뉴스

올 시즌 ‘명장’ 클롭 감독의 축구가 완전히 정착되며 초반부터 무패 행진을 달리던 리버풀은 무려 7경기나 남기고 우승을 확정했다. 1888년 시작된 잉글랜드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이른 시점에 우승을 확정지은 것. 2017-2018시즌 5경기를 남기고 우승한 맨시티보다도 페이스가 빨랐다. 이날 패배한 맨시티(승점 63·20승3무8패)가 남은 7경기에서 모두 이겨 승점 21점을 획득하더라도 현재 승점 23점이나 앞서 있는 리버풀(승점 86·28승2무1패)을 따라잡을 수 없다.

EPL 출범 이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2번(2004-2005시즌, 2018-2019시즌)이나 들어올렸던 리버풀이지만, EPL과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인연이 없었다. 리버풀의 전설적인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았음에도 리버풀에서 1군 생활을 한 17시즌 간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은퇴했을 정도로, 그 과정은 혹독했다. 지난 시즌에도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음에도 리그에선 맨시티에 승점 1점 차로 우승을 내주며 좌절해야 했다.

올 시즌에도 시련은 계속 되는 듯 했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초반부터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3월 중순부터 EPL이 중단돼서다. 리그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우승을 향한 리버풀의 갈망도 타의에 의해 좌절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다행히 EPL이 3달 만에 재개되면서, 결국 마지막에 웃을 수 있게 된 리버풀이다.

EPL을 제패한 11번째 감독이 된 클롭 감독과 리버풀은 이제 ‘최다 승점 우승’의 영광에도 도전한다. 현재 기록은 2017-2018시즌 맨시티가 쌓은 승점 100점인데, 리버풀이 남은 7경기에서 모두 이기면 승점 107점까지 달성할 수 있다. 맨시티 기록은 충분히 경신할 수 있는 분위기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