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갈다 울고, 가발 쓴채 울고…” 박준형이 전한 ‘웃픈’ 개콘 막방

입력 2020-06-26 10:11
이하 KBS 제공

21년 동안 시청자들을 웃긴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26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휴식기를 갖는다. 개콘의 전성기를 함께 한 박준형, 박성호, 김태희 등이 무대에 올라 개콘의 마지막 무대를 수놓았다.

‘갈갈이 패밀리’ 박준형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콘 마지막 녹화 현장의 모습을 전했다.

박준형은 “마지막 녹화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녹화할 때는 사실 잘 느끼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이게 마지막 녹화고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대에서) 무를 갈다가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눈물 반, 무 반이었다는 박준형은 “이날 울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를 것”이라며 녹화장이 눈물바다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개그맨뿐만 아니라 PD, 작가들 다 울었다. 카메라 감독도 울더라”며 “더 이상 개그콘서트라는 이름으로 개그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한 명이 울기 시작하니깐 다 따라 울었다”고 했다.

이어 동기인 박성호가 분장을 한 채로 울고 있었다며 “그 모습이 너무 웃프게(웃기면서 슬프게) 느껴졌다. 희극인의 숙명인가 그런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준형은 개콘 폐지와 함께 공개 코미디가 한물갔다는 지적에 “개그맨으로서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냥 재미가 없었을 뿐”이라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공개 코미디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유튜브에 나와 있는 수많은 예전 개콘 동영상들을 보면 지금 거보다 훨씬 더 많이 웃긴다”며 “공개 코미디가 재미없는 게 아니라 개그가 재미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그맨이 제일 많은 반성을 해야 한다. 반성해야 될 위치에 있기 때문에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살려주세요라고 얘기할 수도 없지 않느냐, 그런 자격도 없지 않느냐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