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뗐다더니… 이스타항공 회의록엔 ‘이상직 의원님 지시’

입력 2020-06-26 06:53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스타항공 논란 관련 JTBC 보도화면 캡처

이스타항공이 240억원에 이르는 직원 임금 체불 논란이 불거지자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은 7년 전 경영에서 손을 뗐다고 선을 그었으나, 최근까지도 회사 운영에 영향력을 미친 정황이 드러났다.

2017년부터 3년에 걸친 이스타항공 임원진 회의록 등에 따르면 ‘의원님’ 또는 ‘이상직 회장님’이라고 표기된 이상직 의원의 발언이 담겼다고 25일 JTBC가 보도했다. 언론에 7년째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했던 해명과 배치되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상직 의원은 당시 회사의 실적 목표를 제시하거나 특정 부서의 실수를 꼼꼼하게 지적하는 등 경영에 깊이 관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이스타항공에 복귀했던 걸로 알려졌다.

당시 이상직 의원의 사내 역할을 짐작할 수 있는 증언도 있다. 이스타항공의 한 관계자는 “이상직 의원이 정가운데, 완전 상석에 앉았다. 의원님이 (대표이사가) 얘기하는 것도 다 잘라 버렸고, ○○○ 회장님은 한마디 말도 없으셨다”고 매체에 전했다. 실적을 강조하면서 직원들에게 욕설을 썼다는 주장도 나왔다.

JTBC 보도화면 캡처

심지어 이스타항공이 직원들에게 조직적으로 이상직 의원의 정치후원금을 모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MBC가 입수한 2012년 총선 직전 이스타항공 간부가 직원들에게 보낸 단체 이메일에는 “이상직님께서 민주통합당 국민경선에 당선되시는 쾌거를 이루셨다”는 말과 함께 이상직 의원 후원회 송금방법이 자세히 적혀있다.

이상직 의원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한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