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서게 됐다.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정치적으로 진술을 강요 당하는 상황”이라거나 “진술이 배우자의 유죄 증거로 작용할 수 있어 인권침해 요소가 크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25일 정 교수의 사모펀드 의혹 공판에서 조 전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증인신문 기일을 9월 3일로 정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지난달 28일 공판에서 조 전 장관이 대부분 질문에 증언거부권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증인신문의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하거나 친족 등이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우려가 있는 증언은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취지였다. 조 전 장관이 자녀 입시비리 등 주요 공소사실에서 정 교수와 공범으로 엮인 사정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해석상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에 대해서도 심문 필요성이 인정되면 소환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증언거부권이 있다는 이유로 (증인소환에) 불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의 주신문 사항 중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부분은 배제하겠다고 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친족에 대한 증언거부권을 사실상 형해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조 전 장관이 법적으로는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부담을 느껴 사실상 증언을 강요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정 교수 측은 조 전 장관의 진술이 배우자인 정 교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증언을 하도록 하는 것은 인권침해 요소가 크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이 자기 발언이 배우자에 대한 재판부의 유죄 심증으로 작용할 것을 증인석에 앉은 내내 고민해야 하는 상황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인을 채택해 소환하는 것과 법정 출석 후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정 교수 측 주장을 기각했다. 또 부부가 별도 피고인인 경우 한쪽을 증인으로 부르면 안 된다는 법원의 규칙이나 관행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나와서 유리한 사정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사실관계를 충분히 진술했다면 이를 정 교수가 증거로 동의해 증인소환을 피할 수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조 전 장관은 법정에서 이야기한다는 이유로 검찰 조사에서 전혀 진술을 안 한 걸로 안다”며 증인으로 부를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