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정경심 재판 증인 채택…“검찰 조사 응했으면 피했을 것”

입력 2020-06-25 20:30 수정 2020-06-25 22:10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서게 됐다.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정치적으로 진술을 강요 당하는 상황”이라거나 “진술이 배우자의 유죄 증거로 작용할 수 있어 인권침해 요소가 크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25일 정 교수의 사모펀드 의혹 공판에서 조 전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증인신문 기일을 9월 3일로 정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지난달 28일 공판에서 조 전 장관이 대부분 질문에 증언거부권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증인신문의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하거나 친족 등이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우려가 있는 증언은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취지였다. 조 전 장관이 자녀 입시비리 등 주요 공소사실에서 정 교수와 공범으로 엮인 사정을 언급한 것이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오전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해석상 증언거부권이 있는 증인에 대해서도 심문 필요성이 인정되면 소환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증언거부권이 있다는 이유로 (증인소환에) 불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의 주신문 사항 중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부분은 배제하겠다고 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친족에 대한 증언거부권을 사실상 형해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조 전 장관이 법적으로는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부담을 느껴 사실상 증언을 강요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정 교수 측은 조 전 장관의 진술이 배우자인 정 교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증언을 하도록 하는 것은 인권침해 요소가 크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이 자기 발언이 배우자에 대한 재판부의 유죄 심증으로 작용할 것을 증인석에 앉은 내내 고민해야 하는 상황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인을 채택해 소환하는 것과 법정 출석 후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정 교수 측 주장을 기각했다. 또 부부가 별도 피고인인 경우 한쪽을 증인으로 부르면 안 된다는 법원의 규칙이나 관행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나와서 유리한 사정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사실관계를 충분히 진술했다면 이를 정 교수가 증거로 동의해 증인소환을 피할 수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조 전 장관은 법정에서 이야기한다는 이유로 검찰 조사에서 전혀 진술을 안 한 걸로 안다”며 증인으로 부를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