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25전쟁 70주년 당일 1만3000자가 넘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을 맹비난했다. 북한은 “조선전쟁(6·25전쟁)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의 필연적인 산물”이라며 “미국의 핵위협을 제압하기 위한 힘을 계속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지속되는 만큼 핵능력 고도화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는 25일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철회는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불가결의 선결조건’이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소는 미국이 일으킨 6·25전쟁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이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국제회의에서 자신들의 외교·군사정책을 선전하기 위해 1988년 10월 군축 및 평화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따라 6·25전쟁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대북 적대시 정책이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오히려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은 미국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미군 유해를 송환한 반면 미국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진행하는 등 상응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대화를 통한 노력도, 국제법에 의거한 노력도 해봤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며 “미국이 우리를 한사코 핵보유로 떠밀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앞으로도 핵능력 고도화를 위한 노력들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핵전쟁 억제력 강화’ ‘새로운 전략무력 운영 방침’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전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다. 연구소는 “우리는 미국이 가해오는 지속적인 핵위협을 제합하기 위한 우리의 힘을 계속 키울 것”이라며 “우리가 선택한 이 길에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