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내년 신생아 숫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최대 50만명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생아 건강 우려가 커지고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면서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꺼린다는 분석이다.
미 ABC뉴스는 24일(현지시간) 내년 출산율 감소를 예측한 두 개의 코로나19 연구보고서를 보도했다.
미 웰즐리 대학의 경제학 교수 필립 B 레빈과 동료 경제학자 멜리나 S.키어니는 ‘신생아 50만 감소. 코로나 출산대란 온다’는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1918년 독감 대유행을 사례로 제시했다. 두 사건을 변곡점으로 출산율은 급감했고 수십 년 동안 회복하지 못했다.
레빈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 오래 머물다보니 출산율이 높아졌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통념을 지적한 뒤 “하지만 당장 취업난, 경제 상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따져보면 지금은 애를 낳을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페인 독감으로 5000만여명이 사망한 1918년 미국 출산율은 전년보다 9% 감소했다. 레빈 교수는 “질병이 대유행하면 인간은 아이를 적게 낳는 방식으로 대처한다. 출산을 조절하기 훨씬 어려웠던 그 시절부터 그랬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 구트마허 연구소도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5월 조사에 응한 2000명의 여성 중 3분의 1은 코로나19로 인해 출산을 늦추거나 자녀 계획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응답자 중 50% 이상은 유행병으로 인해 자신 혹은 가족이 직장을 잃거나 노동시간이 축소됐으며, 40%는 경제 상황이 악화돼 피임 및 기타 진료를 받기 곤란해졌다고 답했다.
로라 린드버그 선임 연구원은 “전염병은 경제적 어려움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가족의 복지는 물론 여성의 출산 결정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레빈 교수와 린드버그 연구원은 미국 사회가 경제적으로나 방역적으로나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레빈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출산율 감소가 교육 시스템에서 사회보장제도에 이르는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출생아 수가 급격히 감소한다면 6살에 시작되는 초등학교 등록률도 훨씬 줄어들고 노동인구도 급감한다는 지적이다.
레빈 교수는 “청년들이 낸 세금으로 노년층, 퇴직자의 복리후생을 충당하는 방식이 지금의 사회보장제도”라며 “(출산율 감소로) 노동자가 줄어들어 복지에 쓸 재원이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