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삼성·LG도 임금 올리는데” vs 使 “일자리 더 잃을수도”

입력 2020-06-25 17:49
2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2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한 사용자 측 류기정 위원(왼쪽)과 근로자측 윤택근(민주노총 부위원장) 위원이 손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근로자 측 이동호(한국노총 사무총장) 위원. 연합.

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기 싸움을 본격화했다. 노동계는 삼성·LG 등 대기업과 공기업 임금 사례를 들며 ‘인상’을 강력히 요구했고, 경영계는 기존 일자리마저 사라질 수 있다며 ‘동결’을 재차 강조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근로자 위원(9명), 사용자 위원(9명), 공익 위원(9명) 등 27명 재적 위원이 전원 참석했다. 1차 회의에 불참했던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 위원 4명도 참석했다.

근로자 위원 측은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 금액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기 싸움을 벌였다. 앞서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8590원)보다 25.4% 오른 1만770원을 요구했고, 한국노총은 1만원 이하를 제시했다. 이날 양대 노총은 합의된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국민의 55%가 적정 최저임금으로 1만원 이상을 얘기했다”며 “지난해 최저임금위가 역대 3번째 낮은 인상을 결정하면서 수백만 최저임금 노동자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정국에도 불구하고 올해만큼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삼성·LG 등 대기업과 공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도 임금을 인상했다”며 “대기업과 공기업 임금은 오르는데 최저임금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사회 양극화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은 생계비보다 약 40만원이 부족하고 산입범위까지 확대돼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실제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사용자 위원 측은 기업 경영 악화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최저임금’과 ‘일자리’를 연결해 노동계와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업이 버티기 어려우므로 기존 일자리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3개월 간 청년 일자리 22만개가 줄었고 두 달 연속 1조원이 넘는 실업급여가 지급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은 고용 주체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사람 눈높이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기업 경영은 더 악화하고 일자리 문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산업현장 분위기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상황”이라며 “일자리 사정 역시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공익위원이 교체되지 않은 점을 꼬집으며 또 다른 신경전을 펼쳤다. 윤 부위원장은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 이후 노사 최저임금 위원들이 사퇴하면서 공익위원 전원 사퇴를 요구했는데,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답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공익위원 측은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