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결정한 한동훈 검사장(부산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전보조치 및 감찰 착수는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사퇴 압박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관련 내용을 발표한 직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에 참석해 “검찰 스스로가 정치를 하는 듯한, 왜곡된 수사를 우린 목격해 왔다”고 말하는 등 연일 윤 총장을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추 장관이 ‘정치적 수사’로 보는 검찰 수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감찰 무마 의혹 수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올 초 정권 핵심부를 겨냥한 두 수사를 지휘한 윤 총장의 대검 측근들을 지방으로 좌천시키는 인사를 단행한 후에도 윤 총장을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서 주요 수사를 총지휘한 한 검사장의 이름이 등장한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은 결정적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추 장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위증교사 의혹, ‘검·언 유착’ 의혹 등을 두고 윤 총장의 결정과 계속 상충되는 조치를 내놓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추 장관은 지난 18일 한 전 총리 수사 과정을 놓고 이뤄진 진정 사건과 관련해 대검 감찰부의 개입을 지시했는데 역사상 2번째로 이뤄진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 발동이었다.
추 장관은 강경 발언과 지휘권 발동을 넘어 직접적인 행동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 검사장에 대한 법무부의 직접 감찰 결정이 대표적이다. 이는 윤 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소집하는 전문수사자문단에 대한 대응 카드 성격이라는 관측이 많다. 추 장관은 전날 윤 총장을 향해 “‘법 기술을 부려 대단히 유감’”이라고 발언했는데 자문단 소집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군다나 자문단은 윤 총장 직권으로 구성됐다. 검찰은 지금까지 자문단의 결론과 다른 조치를 취한 전례가 없다. 결국 자문단에서 불기소 의견이 제시될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추 장관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 법무부 직접 감찰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검찰에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의 자문단 소집 결정에 대해 여권을 중심으로 ‘측근 감싸기’ 지적이 나오는 것은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윤 총장이 자문단을 소집한 것은 수사팀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는 반응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무부의 직접 감찰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친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사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직접 감찰 규정의 기준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혼외자 의혹’이 제기됐던 채동욱 총장을 직접 감찰하겠다고 밝혔지만, 채 총장은 곧바로 사퇴했다. 당시에도 정권의 ‘찍어내기’ 지적이 일어난 바 있다.
한 검사장은 조 전 장관 수사를 지휘하다가 좌천됐다. 이 때문에 ‘정권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검사를 찍어 내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말을 안 들으면 법무연수원으로 발령을 내고 장관이 감찰하겠다고 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