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임명 판사 벌써 200명… 떠나도 ‘법원 보수화’ 유산은 남아

입력 2020-06-25 17:33 수정 2020-06-25 17: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해 의회 인준까지 마친 연방법관의 수가 24일(현지시간) 200명에 도달했다. 한 사회의 기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법원 판결을 보수 진영이 주도하기 위한 포석이다. 사법부에 심은 ‘트럼프맨’들이 향후 수십년간 주요 사회 쟁점에서 중립적 판단보다 보수 편향적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코리 윌슨을 플로리다와 조지아, 앨라배마, 텍사스 등 남부지역을 관할하는 연방고등법원의 판사로 인준했다. 미 연방법관은 대통령이 지명하면 상원 인준을 거쳐 최종 임명된다. 윌슨은 트럼프의 200번째 연방판사 지명자였다. 이로써 대법관 2명과 2심법원 판사 53명, 1심법원 판사 143명, 미 국제무역법원 판사 2명이 트럼프 지명자로 채워지게 됐다.

트럼프의 연방법원 장악 속도는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도드라진다. 연임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는 재임기간인 8년 동안 각각 340명, 334명의 연방법관을 임명했다. 두 전임자가 8년에 걸쳐 달성한 기록의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인원을 트럼프는 불과 3년 반만에 지명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토록 연방판사 임명을 서두르는 이유는 주요 정책 추진 과정 중 이념 갈등으로 법적 소송이 제기될 경우 법원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사법부가 행정부와 독립돼 있기는 하지만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맞붙는 사안이 법원에 들어왔을 때 보수 판사가 행정부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계산이다.

실제 이날 임명된 윌슨은 주 의원 시절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민주당 핵심인사들을 거침없이 비판했던 인물이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핵심 정책으로 추진했던 미 의료보험 개혁 법안 ‘오바마 케어’를 불법을 규정하고 앞장서 반대하기도 했다.

연방법관이 종신직이라는 점도 트럼프의 사법부내 자기 사람 심기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트럼프가 설령 재선에 실패할지라도 그가 지명한 법관은 남아 장기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트럼프는 연방법원 판사를 지명할 때 상대적으로 젊은 보수 성향 판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리 토빈 CNN 법률분석가는 “사법부 장악은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유산일 수 있다”며 “트럼프맨들은 트럼프가 퇴임한 후에도 오랫동안 낙태, 성소수자 권리, 투표권 등 많은 쟁점 사안에서 국가 법의 틀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며 사법부 재편을 촉진하고 있다. 트럼프의 오른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현재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 인준을 빛의 속도로 처리하며 사법부 보수화의 행동대장 역할을 맡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대법원 판사 인준을 거부하며 시간을 끌던 모습과는 천지차이다.

CNN은 “200명의 보수 성향 연방판사는 매코널의 영구적 유산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