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 클럽 ‘발차기 살인’ 태권도 유단자 3인 1심에서 징역 9년

입력 2020-06-25 17:11

서울 광진구의 한 클럽 인근에서 20대 남성을 집단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3명에 대해 재판부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했다. 폭행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할 정도로 숙련된 태권도 유단자라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상구)는 25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체대생 김모(21)·이모(21)·오모(21)씨에게 각각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태권도를 수련해온 피고인들은 저항 의지를 상실한 상태로 홀로 서 있는 피해자를 무참하게 폭행하고, 이미 쓰러진 이후에도 구둣발로 머리를 축구공 차듯이 가격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폭행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집단 구타를 통해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숙련된 태권도 유단자들로 시합 중에 보호장구를 착용한 상대선수를 맨발로 공격했을 경우 상대가 기절하는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접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살해 의도가 없었던 우발적 폭행이었기 때문에 피고인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들에 각각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피해자가 보호구 없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쓰러진 피해자를 방치한 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빠져나간 점 등이 구형 사유였다 .

김씨 등 3명은 지난 1월 1일 오전 3시쯤 서울 광진구의 한 클럽 인근에서 피해자를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태권도 4단으로 알려진 이들은 피해자의 여자친구에게 ‘함께 놀자’며 팔을 잡아 끌었다가 피해자와 시비가 붙었던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클럽 종업원이 몸싸움을 제지하자 이들은 밖으로 나와 피해자를 길바닥에 넘어뜨리고 발로 얼굴을 가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뇌출혈이 심해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